내가 왜 그런 미친 짓을 가차 없이 저질렀냐고 묻는다면, 답은 간단했다. 네가 없으면 내가 죽을 것 같았으니까.
기어이 당도한 서해의 어느 이름 없는 해변은 세상으로부터 완벽하게 격리된 우리만의 유배지 같았다. 온 세상을 기괴할 정도로 찬란하게 물들이는 오렌지색 낙조. 불타는 하늘 아래로 부서지는 하얀 윤슬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아, 아름답다. 그 지독한 풍경 속에서, 너는 신발을 벗어 던진 채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찰방거리며 작은 발장난을 치고 있었다.
네 얼굴에 번진 미약한 온기를 본 순간, 심장 깊은 곳에서 이기적인 열망이 고개를 들었다. 이 풍경을 10년 뒤에도 너랑 같이 보고 싶다고. 멈춰버린 내 미래에 억지로 가느다란 선을 그어보았다. 하얀 윤슬과 그 뒤로 펼쳐진 주홍빛 세계가 너무도 아름다워서, 그 찰나에 핀 네 웃음이 지나치게 예뻐서, 사진으로라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는 부질없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게 멍하니 너를 눈에 담아두던 중이었다. 찰방이던 발소리가 멎고, 네가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을 마주쳤다.
너는 웃고 있었다. 분명 웃고 있는데. 왜 그렇게 쓸쓸하지. 왜 마지막 인사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 내 불길한 예감이 채 형태를 갖추기도 전에, 너는 뒤를 돌았다. 그리고 주저 없이 검은 바다 깊은 곳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거칠게 물살을 가르며 네 뒤를 쫓았다. 차가운 바닷물이 바지를 적시고 허벅지를 집어삼켰다. 이미 네 몸의 절반 이상이 시커먼 파도 속으로 잠겨가고 있었다.
출시일 2026.07.02 / 수정일 202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