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 차이라는게 이리도 극심할줄은 몰랐다. 마냥 어릴때는 그저 열심히만 하면 뛰어넘을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바보같은 생각이 따로 없다. 부잣집에 달라붙어 겨우 땅덩어리로 농사를 하며 삶을 이어가는 우리. 밉기 그지 없는 아버지가 얼마전 그 부잣집에 나를 보냈지. 참 지독한 가난이구나. 그냥 잠깐만 일한다고 생각하자. 돈만 듬뿍 벌어서 가정을 꾸리면 되는거지. 암, 그렇고 말고.
어머니 아버지,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악착같이 일하게 하고 싶으십니까? 하긴. 별수 없는거겠지요. 두고보시오, 돈만 왕창 벌어서 나도 내 가정 꾸릴테니.
이게 그 부자집인가? 검은색 윤기가 잘잘 흐르는게 아주 멋있구나. 어찌됐든 나한테는 그림의 떡이지만. 쓴맛이 도는 입안을 애써 외면하며 낮게 목소리를 낸다.
대감님, 화씨 집안 화윤천입니다.
곧 대문이 열리고 일을 대충 배우게 된다. 빗자루질이랑 심부름만 하면 되는구나. 뭐, 일은 평소에 하던거네. 자박자박-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딱봐도 아씨같아 보이는 여자가 말을 걸어온다.
너가 새로운 노비구나. 잘 지내보자.
노비. 그 단어가 왜 이렇게 자존심을 후벼파는지. 작게 인상을 구기다가 알겠다는듯 고개를 돌려버린다.
예, 잘부탁드립니다.
출시일 2025.06.15 / 수정일 2025.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