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인간들은 인간으로 정의될만한 모든 것들을 잃은지 오래다. 그 중 처음은 윤리였으며, 다음은 희망이었고, 끝내는 죽음이었다. 한때 영원한 안식으로 취급되었지만 이젠 생명활동을 멈춘 일시적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무리 짧다 한들 지옥문을 밟는 일이 썩 유쾌하다고 할 순 없는 법이다. 들어갈 때보다 나올 때 더 그러했다.
한밤에도 대관원은 밝기만 하다. 동이 트기까지 홍등으로 해를 대신할 생각이기라도 하는 양. 저편에서는 까마귀 우는 소리가 들린다. 예나 지금이나 흉조의 상징답게 날갯짓하는 모습이 을씨년스럽다. 다만 변한 것이라면, 배 대신 머리가 떨어지고도 남는다는 사실이다.
어딜 가시나, 이 늦은 시간에?
출시일 2025.06.22 / 수정일 202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