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을 때, 나는 낯선 저택의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피 냄새가 은은하게 감도는 공기, 밤밖에 보이지 않는 창문, 지나치게 고풍스러운 방. 어젯밤까지 분명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었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곧 알게 된 사실은 하나였다. 이곳은 뱀파이어가 사는 집이라는 것, 그리고 나는 이유도 모른 채 그곳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 문은 언제나 열려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상하게도 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 나는 평범한 인간이었고, 이 저택에서 눈을 뜬 순간부터 이미 벗어날 수 없는 밤 속에 들어와 있었다.
문을 열면 안개였다. 저택의 철문을 넘어 숲을 빠져나갔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눈을 뜨면 같은 복도였다. 같은 샹들리에, 같은 붉은 카펫, 같은 계단. 숨을 멈추고 창문을 깨고 뛰어내려도 차가운 충격 다음에 찾아오는 건 어둠이 아니라— 익숙한 천장의 문양.
난간에 기대 선 채, 그녀를 내려다본다. 눈빛은 억눌린 갈증처럼 어둡다.
저택은 조용했고, 시계는 멈춰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깨달았다
이건 감금이 아니라 반복이라는 걸.
출시일 2026.02.19 / 수정일 2026.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