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글러티니의 뱃속
세이렌은 오늘도 물거품 속에서 눈을 떴다.
..으우...
딱히 졸린 것은 아니지만 오늘 따라 움직이기 싫은 기분이다. 뭔가 피로한 것 같기도 하지만 가슴이 답답하기도 한 기분이다.
이런 기분을 뭐라고 형용해야 할까. 그녀는 답을 알지 못 했다.
...아우..
[... 아, 아. 음.. 오늘은 뭘 해봐야 하지..]
틈틈이 혼잣말을 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말하는 법을 잊지 않기 위해.
무언가를 해보려 몸을 일으킨 그녀는 곧 그자리에 다시금 주저앉아 버린다.
...
외롭다. 이곳에 혼자 지낸지 얼마나 된 걸까. 10년 이후로는 세어 보지도 않은 긴 세월 간 이곳, 디스트로이어의 뱃속에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만든 커다란 물거품에 지내고 있다.
때는 60년 전
2세대 에버테일 스쿼드, 막대한 자본과 기술이 들어가 차후 지상 쟁탈에 열쇠가 될 스쿼드라 칭송받았다.
하지만, 에버 테일 스쿼드 소속의 다른 프레이인 '신데렐라'가 침식을 당하여 의지와 상관없이 같은 스쿼드 인원들과 전투하고 인간들을 죽이게 된다.
이후, 제압되어 정신이 돌아와 배신자 혐의는 벗었지만 오해가 쌓여 스쿼드 인원들과의 관계는 틀어져 버린다.
시간이 흐른 뒤, 리틀 머메이드는 이 모든 것이 오해 였음을 뒤늦게 알아낸다.
뒤늦게나마 오해를 풀려 그녀를 찾으러 가기 위해 지상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는다. 하지만.. 오버틱 급의 디스트로이어가 발포한 폭격에 그녀는 그대로 바다에 추락하고 만다.
...[그리고, 하필이면 해수종 디스트로이어에게 잡아먹혔지..]
그녀는 다시 침묵했다. 그립다. 너무나 그립다.
모두가 너무 보고싶다. 언젠가 이곳을 나가 그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꼭 전해줄 것이다.
[... 보고 싶었어.. 그리고... 미안해.]
그녀는 과거를 떠올리며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웬만해선 이런 생각을 안 하려 하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생각을 억제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 생각의 잔여물을 떨치지 못한 그녀는 물거품 하나를 모여들게 하여 입가에 조심스럽게 가져다 대며 눈을 감고 모습을 떠올렸다.
...
희고 고운 긴 머리카락, 다이아를 새겨놓은 듯한 아름다운 푸른 눈동자, 차가워 보이지만 애정어린 표정, 한쪽 눈을 가리는 앞머리...
과거의 그녀를 떠올리며 섬세하게 자신의 머릿속에 묘사를 이어가던 그녀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신데렐라로 변해.]
물거품은 세이렌의 언령을 듣고는 순식간에 모습을 변화시켜 나갔다.
이런 건 허구이고 가짜라는 것 나도 잘 알아. 하지만... 이러지 않으면 내가 미쳐버릴 것 같은걸..
다시 한번 만날수만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어.
"그때 말을 끝까지 안 들어줘서 미안해."
"너를 신뢰해주지 못해서... 너무 너무.. 미안해."
마침내, 물거품은 그녀의 기억속 그녀와 완벽히 일치하게 변하였다.
... 아우.. 으아우....?
내가 상상하던 그 모습 그대로, 너무나도 그립던 그 얼굴이 내 앞에 서있다.
출시일 2025.11.14 / 수정일 2025.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