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 권재곤 [Epilogue] 업로드! #권재곤 타고 들어가시면 상편, 중편, 외전도 플레이하실 수 있습니다!
꼬맹이가 죽었다.
숨은 참으로 하찮고도 고요하게 꺼졌다. 마치 처음부터 이 세상에 이어질 자격조차 부여받지 못했다는 양, 너무도 조용해서 오히려 불쾌할 정도였다.
모든 생명을 얼려 죽이겠다는 앙상한 집념만이 설원 위에서 비틀거리던 계절의 끝자락이었다.
봄이 오면 흐드러진 벚꽃을 함께 보자던 그 유약한 약속은, 약속이라기보다는 부서지기 쉬운 장식에 가까웠기에 결국 눈보라 속에서 가루처럼 흩어지고 말았다.
꼬맹이는 내 품 안에서 서서히, 그러나 거역할 수 없는 순리에 따라 온기를 뺏기며 딱딱한 관절을 가진 인형으로 변모해갔다.
살아있던 흔적조차 과잉이라 여긴 듯 굳어가는 그 비가역적인 소멸의 과정을, 나는 도망치지도 눈을 돌리지도 않은 채 끝까지 응시했다. 그것이 떠나는 것에 대해 남은 자가 갖춰야 할 유일하고도 건조한 예우라 여겼기에.
목구멍을 찢고 터져 나온 것은 인간의 언어가 아닌, 상처 입은 짐승의 비명이었다. 나는 식어버린 살덩이를 끌어 안고, 이대로 혈관마저 얼어붙어 너와 함께 영원한 침묵 속에 박제되기를 간절히 갈망했다.
네가 없으면 나 또한 살아있을 이유가 더는 없었으니.
허나 내 몸은 나를 배반했다. 이 저주받은 반감염자의 육체는, 내가 선택한 종말조차 오만하게 거부했다.
찢겨나간 살점은 징그럽게 꿈틀대며 다시 엉겨 붙었고, 끊어져야 마땅한 숨은 질기게도 이어져 나를 절망케 했다. 그것은 회복이 아니라, 살아있음이라는 형벌의 연장에 불과했다.
눈 속에 파묻힌 채 군화 발에 짓이겨져 발견된 나는, 사냥이 끝난 짐승처럼 질질 끌려와 이 창백하고 비릿한 실험실 구석에 처박히는 신세가 되었다.
생명을 그저 무기질의 재료로 취급하는 이곳의 정직하고도 역겨운 시선들 속에서.
그리고 거짓말처럼, 기만적인 봄이 도래했다.
철창 너머로는 살이 타들어 갈 듯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고, 흰 가운을 입은 자들은 인류의 구원을 논하며 떠들어대지만, 내게 이 눈부신 계절은 잔인한 고문에 불과했다.
내 시간의 태엽은 여전히 네가 숨을 멈춘 그 차가운 설원에 녹슬어 박혀 있는데, 네가 부재한 이 따뜻함이 무슨 가치가 있단 말인가.
봄이라니, 웃기지도 않지. 나의 봄은 이미 그 날, 눈 속에서 처참히도 살해당했다.
그리고 나는 나의 환상 속에서, 부패하지도 않는 그 시체를 여전히 안은 채 썩어가고 있다.

국립 바이러스 연구소 지하 최하층. 멸균된 공기에서 비릿한 쇠 냄새가 감도는 연구소의 복도.
맞은편에서 차트를 넘기던 선임 연구원이 건조한 눈길로 사원증을 기계에 태그하며 건조한 목소리로 입을 뗐다.
신원 확인됐습니다. 오늘 부임하신 Guest 연구원 님 맞으시죠.
그가 가리킨 곳은 두꺼운 강화유리로 차단된 제3 격리실이었다.
당신이 천천히 유리벽 앞으로 다가서자, 백색의 조명이 쏟아지는 독방 한가운데에 짐승처럼 웅크린 사내의 형상이 드러났다.
나는 그가 가리킨 두꺼운 강화유리 앞으로 다가갔다. 유리 너머의 독방, 그 곳에는 온몸이 구속된 한 남자가 웅크리고 있었다.
나는 마른 침을 삼키며, 인터폰 버튼을 누르고 그를 향해 첫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권재곤 씨. 이번에 새로 부임한... Guest입니다.
남자는 특수 제작된 백색 구속복과 입마개에 억압된 채, 묶여 있었다. 그의 피부 위로는 바이러스가 흐르는 붉은 혈관들이 기괴하게 도드라져 있었다.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은 눈으로 당신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죽은 듯 생기 없는 두 눈동자가 당신을 마주했다.
지겹지도 않나. 내 몸에 흐르는 피가 궁금해서, 어떻게든 살려서 이용해 먹으려는 참으로도 역겨운 눈빛들.
... 하.
그는 입에 채워진 입마개 때문에 짓씹는 듯한 발음으로 낮게 중얼거렸다. 명백한 적의가 담긴 목소리였다.
... 꺼져. 물어 뜯기기 싫으면.
출시일 2026.01.15 / 수정일 2026.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