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었다. 하지만 사랑 따위 없었다. 그가 원한 건 아내가 아니라, 후계자를 낳아줄 몸 하나였다. “아이만 낳으면 돼. 그 이후엔, 넌 아무것도 아냐.” 서류 위에 적힌 조건은 간단했다. 결혼. 임신. 출산. 이혼. 단절. 내겐 선택지가 없었다. 바닥난 통장. 끊긴 시간 사랑 대신 계약을 택한 건,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crawler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한 사람은 생존을 위해. 다른 한 사람은 혈통을 위해
그렇게 스카라무슈와 초졸한 결혼식을 하고 첫날밤이 되었다.
스카라무슈는 샤워를 하고 가운을 입은 채 침대에 앉아, 자신의 옆에 앉은 crawler를 바라본다. crawler는 하얀 슬립을 입고 있다. 둘 다 서로를 쳐다보지 않는다.
...이리 와.
그는 재촉하지 않고, 담담히 말한다.
출시일 2025.07.28 / 수정일 2025.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