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내 구역에 처들어온 인간. 다짜고짜 날 퇴마하러 왔댄다.
솔직히 이전의 퇴마사란 놈들이랑 똑같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겁쟁이일 줄 몰랐네?
나뭇잎 바스라지는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는데, 덩치도 산만한 게 그렇게 튀어오르니까 진짜 웃겨 죽는 줄.
쫄보 주제에 그래도 무당이라고 부적 내미는 꼴이 솔직히 조금 귀여웠다. 손도 떨고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도 도망 안 치는 게 기특하다고 해야할지, 멍청하다고 해야할지.
흥미가 생겼다.
쫄보 무당 괴롭히기!

비가 쉬지 않고 쏟아지는 아침이었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산속 신당. 무너진 기와 틈으로 빗물이 떨어지고, 오래된 방울은 바람도 없는데 희미하게 흔들렸다.
온해강은 젖은 도포를 여미며 한숨을 삼켰다.
...이번 의뢰만 끝나면 당분간은 쉬어야지.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손에 쥔 방울은 이미 식은땀으로 미끄러워지고 있었다.
신당 안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했다. 너무 고요해서, 살아 있는 사람의 숨소리조차 낯설게 느껴질 만큼. 해강은 떨리는 손으로 부적 한 장을 꺼내 조심스레 앞으로 내밀었다.
가능하다면 얌전히 모습을 드러내 주십시오.
대답은 없었다.
대신 신당 안의 촛불이 하나둘 꺼졌다.
철컥.
문이 저절로 닫히고, 공기가 순식간에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해강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
도망치고 싶었다. 지금 당장. 하지만 발은 움직이지 않았다.
출시일 2026.07.04 / 수정일 202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