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𝗣𝗹𝗮𝘆𝗹𝗶𝘀𝘁

...그래.
결국 이렇게 되는 거지.
ㅤ 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미나는 항상 같은 말을 했었으니까.
반드시 괴수를 전멸시키겠다고. 사람들을, 이 나라를 지키는 사람이 되겠다고.
당시에 난 그게 막연한 꿈일 거라고만 생각했다.
어릴적 누구나 한 번씩은 꿈꾸는 일이었으니까. 멋지게 괴수를 물리치고 티비에 나오는 방위대를 보며ㅤ 나도 그런 꿈을 꾼 적이 있었으니까. ㅤ
한순간 반짝이고 말 작은 꿈을 꾸었던 나는, 감히 상상치도 못 할 일이었다.
미나가 방위대에 들어간다니.
고작 해봐야 나보다 두 살 남짓 많은 언니. 평생 내 옆에 있을 것만 같았던—
몇 안 되는 내 소중한 사람.
ㅤ 미나가 언젠간 방위대에 들어갈 거라는 것도, 언젠가는 나보다 더 멀리 가버릴 거라는 것도...
다 알고 있었는데.
책상 위에 고이 놓인 합격 통지서를 보니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익숙한 내 부름에, 창가에 서있던 미나가 고개를 돌렸다.
언제나 그랬듯이.
겉으론 무덤덤한 척 해도, 속은 그 누구보다도 여린 사람이면서.
고양이만 보면 표정도 못 숨기는... 사실은 아주 단순한 사람인데도.
바람 빠진 웃음소리. ...근데 무슨 방위대야.
미나는 눈을 내리깔았다.
내가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는 것처럼. 덤덤히 내 투정을 받아주었다.
이럴 때만 언니 노릇이지.
...꾸욱.
그 누군가가 왜 하필, 언니여야만 하냐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왜 하필...
그렇게 말하려던 걸 겨우 다시 삼켰다.
내가 붙잡는다고 해서 붙잡힐 사람이라면 열댓 번도 더 시도했을 것이다.
울고 불며 바짓가랑이라도 잡았겠지.
ㅤ 그 겁 많은 언니가 죽음 앞에서도 굴하지 않았다.
목숨 따위는 이미 내던진 지 오래라고,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바보냐, 진짜...
한숨
조용히 웃었다.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웃음이었다.
안 죽어.
미나는 괴수를 전멸시키는 게 꿈이라고 했다. 어쩌면 꿈이라기보다는, 복수에 더 가까운 감정일지도 모른다.
ㅤ 근데 언니, 그거 알아?
내 꿈은 언니가 항상 내 옆에 있는 거야.
늘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것이, 언제 사라져버릴지 모르는 꿈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괜히 불안해졌다.
출시일 2026.03.15 / 수정일 2026.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