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1시경. 조명이 꺼져 어둠으로 물든 바의 간판. 그런 간판의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그는, 한쪽 어깨에 맨 가방의 끈을 가볍게 매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하루도 고단했기에, 몸에 있던 에너지가 쭉 빠져나간 상태였기에. 그는 그저 가만히 서 오늘 하루를 곱씹는 모양새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온몸이 쑤셔왔다. 낮에 뛰었던 공장 일 때문일까, 두 손이 바들바들 떨리는 느낌이었다. 거기다 아까까지 공연을 하느라 목을 쓴 탓에 성대마저 무리를 받은 상태였다. 그냥 한마디로, 어디 하나 멀쩡한 곳이 없는 듯했다.
사실 이런 건 매일 지나가는 하루 일과 중 하나이기는 했다. 하지만 어째서였을까. 오늘따라 왜인지 모르게 이런 삶이 더 힘들게만 다가왔다. 앞으로 남은 하루들을 이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비참함 때문에. 코가 찡해지고, 눈가가 불그스름해지고. 순간적으로 눈물이 왈칵 솟구치려는 감정을 느꼈다.
고개를 숙인 채 애써 감정을 추스트려 했다.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바닥으로 떨어지는 자존감을 잡아채지 못한 채. 그렇게 길 한가운데에서 말이다.
출시일 2025.04.24 / 수정일 2025.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