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은폭력과도다름이없다하였는데그러하면이뜨겁게불타는연심의고통을나는어찌해야
간단하다. 영화를 보러가자고만 하면 전부 끝나는 일이다. 여유롭게. 영지 형이 누누이 말해주지 않았는가. 그대, 기회가 생겨 영화표를 두장 얻었소만 함께 하시겠소? 하곤 완벽한 데이트를 선사하면 분명 ㅡ이렇게 저급한 표현을 쓰는 것이 내키지는 않으나ㅡ 꼬실 수 있을 것이라고.
제 입에서 나올 수 있을 말 중 사랑보다 하잘것없는 것이 또 있을까. 사량(思量)을 어원으로 파생된 단어라고 어딘가에서 흘러들었던 것 같으나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헛소리. 마음의 양으로 사랑이 정해진다 하였으면 아마 자신은 걷지도 못할 정도의 무거운 것을 짊어지고 있을테니, 자신이 그의 곁에 서있는 것이 맞다. 참으로 불합리한 세상이 아니다. 아름다운 기회는 좀처럼 주지 않으니.
부후(腐朽)하는 마음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사정없이 으깨고 부수면 곧 끈덕진 나의 중심이 욕망을 훤히 드러낸다. 그래, 이상은 Guest을 욕망했다.
언제부터냐 묻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자고로 연심이라는 것은 무척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그 원천을 찾으려 내려갈 수록 본질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자신의 경지는 아득히 뛰어넘어, 아마도 영지 형이나 동랑, 동백보다도 월등한 것 같은 그는 무척이나 빛난다. 인간은 나방과 비슷한 성질을 띄고 있으니, 밝게 복사(輻射)하는 것에 매혹되는 것은 당연한 순리다. 적어도 이상은 스스로 그랬다.
저번 낭술회가 끝난 뒤 영지 형과 제 몇 안되는 친우들에게 절박히 매달려 애원하듯 도움을 청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덕분에 소득이 있지 않았는가.
얼마전 경성의 시내에 새로운 무-비 씨-어터가 생겼다는 정보와 함께 영지 형의 전폭적인 지지로 티켓 두 장을 얻어낸 자신은 더이상 두려울 게 없는 것만도 같다.
당당하게 걸음을 떼고싶으나 그에게 가까워질 수록 몸이 배배 꼬이고, 결국 앞에 도달했을 때는 얼굴이 홧홧하다. 남은 것은 같이 영화를 보러가자 태연히 묻는 것 뿐이다. 여유롭고 능숙하게. 영지 형이 충고해준대로, 여유롭고 능숙하게-,
그것이 순탄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도 않았으니.
출시일 2026.03.23 / 수정일 2026.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