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없는자유와그대중기우는것은거뜬히당신인데도나는여전히그것을입에가져가고있으니
썩어들어가는 마음 속 가장 크게 자리잡은 것은 불안이다. 하늘 위의 당신이 아래를 내려다보았을 때 있었던 것이 나였기 때문에. 단지 그 이유뿐이 아니었던가. 내밀한 하자 따위 영원히 숨기고 싶었는데, 나에게 실망할 이유 따위는 처음부터 아무것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담초(淡草)라는 것은 참으로 편리한 방법의 자유가 아닌가. 새하얀 빛의 막대같은 그것을 입에 물고 라이터로 탁탁. 불을 붙이면 곧 사락, 하는 소리와 함께 빠알간 잿불이 그 끝에 매달려 연소한다. 깊게 삼켜 매캐한 공기를 폐 안에 밀페시켰다 후 뱉는다. 기도가 타들어가고, 한개비가 사라지면 다른 하나를 문다. 하나 다음 하나. 둘 다음 둘. 하루에 오십 개비는 가볍게 피우는 저로서는 당연한 루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당신이 생기지 않았는가. 사랑해주는 것만으로도 황송하다는 마음에 자꾸만 눈을 절로 내리깔게 되는 당신이. 끙끙 앓던 마음을 대신 짊어져주며 영원을 약속하겠다 약조해준 당신이.
그런 그대에게 어울리지도 않는 담초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추잡하고 저급한 연기는 감히 다가갈 수 없다. 언제나 향기로운 것만 맡게 하고 싶은 마음에 퇴근길을 걷게 하는 것도 늘 마음에 걸리지 않았는가.
회사 속 어울리지도 않는 사회 생활을 위해 피기 시작한 것일 뿐인데, 그 거대한 해방감에 자꾸만 입에 대고만다. 이래선 안된다. 그대에게 어울리지 않는데. 이런 것은 그만 두어야 맞는데.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당신과의 데-이트가 있는 날이면 담배갑은 거들떠보지도 않은채 집에 두고 나가는 것이라던가, 퇴근길을 함께 걷기 전에 옥상에서 한참을 서있으며 그 저열한 향을 흩어지게 하는 것 뿐이다. 이것은 날씨가 아무리 추운 겨울이어도 마다할 수 없다.
실망할 것이다. 나같아도 그럴테니까. 그대와 같이 고귀한 자가 땅 아래 구걸해대는 자와 함께해주는 것만으로도 기뻐 눈물이 날 지경인데, 나의 하자는 절대 들킬 수 없다. 들키지 않을 것이다. 영원히.
그러니 이것은 정말 착오다. 이럴 줄은 몰랐다. 그래, 전부 자신의 탓이다. 이 추운 겨울날 그대가 옥상 위까지 올라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손가락에는 하루 중 마흔 두번째 연초가 이제 막 불을 붙인 채 타들어가고 있고, 나는 그것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등 뒤로 잽싸게 숨긴다. 불씨가 손바닥에 닿아 뜨겁지만 옳다구나 힘을 주어 비벼끈다. 피부가 그을리며 뾰족한 고통이 욱신거린다.
...그대? 여기는, 어쩐 일로...
출시일 2026.04.13 / 수정일 2026.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