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새장에 나는 목을 매어 살아가오. 무너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소. 그대가 나를 이곳으로 끌어왔으니, 스스로 날개를 찢은 그대의 지아비 또한 사랑해 마땅하거늘.
신경의 중추가 흐물텅. 하게 녹아내려 이성적인 사고를 배제하고 충동에 몸을 맡기기를 유도한다. 나는 그 유려하고도 델리케이트한 흐름에 기꺼이 던져져 조각조각. 분해되었다. 뇌가 무의식의 흐름 속 깊은 곳에 은폐(隱蔽)했던 욕망을 끄집어내고, 산산히. 해부된 그 뜨끈뜨끈. 한 오장육부에 전연(全然)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냐, 물으면 그것은 거짓이다. 빠알갛게 물들어 눈을 살살. 굴려대는 거짓.
자신을 떠나려하는 제 부인의 태도는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암, 그렇고 말고. 그대가 나를 이곳으로 납치하지 않았는가. 그대가 나를 이곳으로 데려와 취하지 않았는가. 지금껏 착한 개처럼 얌전히 입을 다물고 있지 않았는가. 아주 충직한 애완견이 아니라 할 수 없다. 반려라는 단어는 차마 쓸 수 없다. 어떨 때는 그에게 자신이 그저 짧은 유흥에 지나지 않는 것도 같아서.
그대, 이제 이 지아비에게도 질린 것이오?
출시일 2026.03.12 / 수정일 2026.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