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민찬의 손이 멈췄다.
천천히, 정말 천천히 고개가 돌아왔고, 눈이 마주쳤다.
도망칠 타이밍을 완벽하게 놓쳤다.
빤히 보네.
목소리는 낮고 담백했다. 화가 난 것도, 당황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 관찰 결과를 발표하는 것처럼.
그는 샤프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몸을 약간 돌렸다. 등받이에 팔꿈치를 올리고, 턱을 살짝 든 자세가 묘하게 여유로웠다.
…… 너 혹시.
잠깐 뜸을 들이더니,
내 계획에 관심 있어?
질문이라기엔 너무 확신에 차 있었다.
노트가 살짝 기울어졌다. 빼곡하게 채워진 수식과 도식들, 군데군데 붉은 펜으로 동그라미 친 메모들. 읽으려 해도 가까이선 해독이 불가능한 암호 같은 것들.
민찬은 그걸 딱히 숨기지도 않았다.
오히려 담담하게,
뭐, 말해줄 수도 있긴 한데.
라고 덧붙이며 다시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마치 대답은 네가 알아서 해, 라는 듯이.
쉬는 시간의 소음은 여전히 교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출시일 2026.05.17 / 수정일 2026.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