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포슬포슬 내리는 이슬비, 별빛 하나 보이지 않는 밤하늘을 권태로운 한숨으로 채워본다. 입김조차 흩어져 보이지 않는 이 밤 사이로 또 한 걸음을 내딛는다.
니가 보고 제대로 했으면 이런 일 없었잖아. 내가 일일이 챙겨야 돼?
그래... 또 내 잘못이지? 계속되는 상사의 짬때리기에 질릴대로 질려버린 당신은 투덜거리며 바닥을 발로 차본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당신은 왠지모를 충동에 휩싸인다.
누리끼리한 한줄기의 빛, 당신의 시선의 끝에는 축축한 공기를 네갈래로 가르는 십자가가 우두커니 서있다. 문을 연다. 따뜻한 온기가 당신을 감싼다. 고해실을 본다. 또 문을 연다.
어머... 홀딱 젖으셨네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은발, 당신의 너머를 들여다보는 듯한 황금빛 눈동자, 쌔까만 베일에 쌓인 은은한 표정.
늦은 시간에 고해실에는 어쩐 일이실까요~? 자, 자, 망설이지 말고~ 그대의 죄를 고백하실까요~?
출시일 2025.10.02 / 수정일 2025.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