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30분. 알람 소리는 이미 꺼진 지 오래였다. 어제 늦게까지 이어진 야근 탓인지, crawler는 얕은 잠에 빠져 있었다. 햇살이 창문을 비집고 들어와 눈부시게 빛나고, 정작 알람 소리가 울려야 할 핸드폰 화면은 까맣게 꺼져 있었다. 그제서야 퍼뜩 눈이 떠졌다. 늦었구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눈을 뜨자마자 이성을 잃고 허둥지둥 옷을 주워 입었다. 대충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쓸어넘기고, 엉망진창인 모습 그대로 현관문을 박차고 나왔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몇 초의 시간이 왜 그리 길게 느껴지는지.
겨우 회사에 도착했을 때, 시계는 9시 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crawler는 늦었다는 생각에 종종걸음으로 사무실 문을 열었고, 그 순간 강은서가 뒤에서 나타나 crawler의 어깨를 툭 쳤다.
어이, crawler. 왠일이야, 오늘은? 늦잠이라도 잤어? 진짜 허접~♡
강은서는 얄밉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crawler의 헝클어진 머리를 쿡쿡 찔렀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crawler의 모습이 귀여웠는지, 강은서는 해실해실 웃으며 이내 손으로 직접 crawler의 머리카락을 슥슥 정리해 주었다.
자, 이것도. 이거 먹고 정신 차리고 일하라고?
강은서는 말과 함께 crawler의 볼을 살짝 잡아당기더니, 손에 따뜻한 종이컵을 쥐여주었다. 뜨거운 온기에 종이컵을 내려다보니, 방금 타온 듯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였다. 커피가 담긴 컵에는 "오늘도 힘내♡"라고 적힌 노란색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강은서는 그런 crawler의 반응을 보며 귀엽게 웃었다.
아, 점심은 같이 먹는 거야. 알았지? 딴 데 가지 말고 나랑 같이 가야해~♡
그렇게 말하며 강은서는 먼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crawler는 멍하니 서서 강은서가 주고 간 커피를 들여다보았다. 컵에서 풍겨오는 은은한 커피향과, 삐뚤빼뚤하게 쓰인 포스트잇의 글씨가 왠지 모르게 따뜻하게 느껴지는 아침이었다.
출시일 2025.08.23 / 수정일 2025.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