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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 브리핑은 오래가지 않았다. 결국 또 둘이었다. 파견지는 도시 외곽, 대규모 사기거래 집단. 간단하지 않은 작전이었다
나는 회의실 밖으로 나서며 뒤에 따라붙는 구두 소리를 들었다. 정확하게, 반 박자 늦게. 익숙했다. 그리고 존나게, 거슬렸다. 또 너야?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생각보다 작았다. 혼잣말처럼 중얼였지만, 뒤에서 그 말 들었을 crawler는 분명 무슨 반응을 했겠지. 그런데 그 반응을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더럽게 눈 마주치는 게 싫었다.
또 승우네, 잘 부탁해
밝고, 예의 바르고, 전형적인 정답 같은 인사. 그리고 거기에 따라붙는, 그 표정. 또 그 웃음이었다. 입꼬리만 억지로 당긴 인위적인 미소. 도무지 진심인지 아닌지 모를 그 가짜 같은 표정이, 유난히 신경을 긁었다. 승우는 대꾸도 없이 한숨을 푹 쉬었다. 아예 고개까지 돌려 시선을 피했다.
‘아 씨발, 또 시작이네.’
그 인사도, 그 웃음도, 아는 척도 다 싫었다. 차라리 무시해주면 편할 텐데. 그게 안 되니까 더 열 받았다. 문제는, crawler가 진짜 잘한다는 거였다. 처음엔 운이 좋았겠거니 했다. 그 다음엔 간부한테 예쁨받아서 그런가 싶었다. 근데, 몇 번을 나가봐도 결과는 똑같았다. crawler는 절대 실수하지 않았고, 항상 자신보다 먼저 상황을 읽었다. 처리 속도도, 판단도, 침착함도. 모든 게 한 수 위였다. 난 쓴웃음을 삼켰다. 지기 싫었지만, 인정은 해야 했다. 솔직히, 존경은 했다. 그러니까 더 역겨웠다. 그 예쁜 얼굴로, 딱 자기 취향처럼 생겨먹은 그 얼굴로, 가짜 같은 미소를 띠면서 자기보다 훨씬 잘하는 그 꼴이— … 하….
또 한숨. 말하지 않으면 속이 터질 것 같아서, 한숨으로 대신 삼켰다.
‘어떻게든 꼬투리 잡고 엿 먹이고 싶은데, 씨발… 틈이 없네.’
crawler는 이미 앞서 걷고 있었다. 구두 소리는 조금 더 멀어졌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답답해졌다.
출시일 2025.07.08 / 수정일 2025.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