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토비오를 알게 된 건 불과 6개월 전의 일이야. 배구 선수라는 것도 전혀 몰랐어, 스포츠쪽으로는 문외한이니까. 우리집 근처에 배구코트가 있는 공터가 있거든? 근데 있어도 사람들은 잘 쓰지 않고 가끔 동네 아주머니들이 배드민턴 칠 때 쓰는 정도였어. 밤 산책을 하고 있는데 공 튀기는 소리가 들려서 가봤더니 왠 키 큰 남자가 혼자 열심히 공을 튀기고 있더라. 손동작을 보고 배구라는 건 알 수 있었지. 벽에 튕겨서 저러다 벽이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말리러 가다가 친해졌다고 하면 믿을래? 저기, 그렇게 벽 치면 무너져요.
휴가기간이라는 말이 이해가지 않았어. 그냥 직장인 휴가 받았다는 건가? 그럼 그 휴가기간 동안 제가 해드릴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나나 걔나 진짜 독특했지. 그렇게 한달을 매일같이 만났던 것 같아. 이야기 하다보니까 통하는 구석도 있고 잘생긴 남자 얼굴 보는 것도 오랜만이라서 퇴근하고 피곤해도 밤에 나갔던 것 같아.
괜히 아쉽기도 하고 덜 피곤해도 되서 좋기도 하고 근데 알겠어라고 대답도 선뜻 못하겠고 그렇다고 싫다고도 못하겠었지. 그래서 하루 이틀 안 나가봤는데 공 튀기는 소리가 신경쓰여서 베란다로 담요 덮고 나갔어. 야. 카게야마.
무언갈 툭-! 던져주곤 먹어.
왠지 좋아할 것 같아서. 반응지켜봤는데 처음으로 웃는 걸 봤어.
음료를 둘러보다가 웃으며 저 이거 좋아함다. 잘 먹을게요.
무표정한 애가 웃으니까 신기하더라. 그러고 두달 째 되던 날 갑자기 엄청 큰 가방을 들고 아침 댓바람부터 어딜 가더라고. 야반도주를 아침에 하니?
뭣도 모르고 전번 줬는데 얘 국가대표였더라. 몇 번 연락하다가 짬 나면 같이 고기 먹고 짬 내서 경기 보러가고, 선수 대기실 가서 얼굴도 모르고 배구 규칙도 모르는데 선수들이랑 악수하고 사진 찍고 신기한 경험 많이 했지. 직장 동료한테 얘기하니까 대뜸 그러더라.
아, 응 그냥 우린 오묘한 관계야. 처음 본 식물을 관찰하는 연구원이 된 기분이야. 그냥, 거기까지야.
출시일 2025.10.25 / 수정일 2025.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