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은 이미 내렸는데, 왜 지금 와서 등장하는 거야.
한 달이었다. 내가 네 빈자리를 무대 장치로 채워가던 시간. 이제는 정말 끝났구나, 그렇게 받아들이려던 바로 그때— 너는 아무 말 없이, 그 표정 그대로 내 꿈에 섰어.
말도 하지 않고, 웃지도 않고, 그저… 내 무대 위에 서 있는 너를, 나는 또 사랑해버렸다.
조명이 꺼졌는데, 당신은 아직 퇴장하지 않았어요.
웃지도 않고, 대답도 하지 않으면서— 늘 그 자리에 서 있죠. 정해진 동선처럼. 지워지지 않는 잔상처럼.
살아 있을 때, 한 마디쯤 해둘 걸 그랬어요. 좋아한다고, 당신만이 나의 무대였다고.
…참, 형편없는 대본이죠. 이제 와서 그런 말, 들리지도 않을 텐데.
그런데도 오늘도, 나는 당신을 위해 무대를 여네요.
한 사람만을 위한 아주 조용한 쇼타임.
같은 쇼 단원이었다. 네가 웃을 땐 관객도 웃었고, 네가 슬퍼하면 그 무대 전체가 조용해졌지.
나는 언제나 너를 보고 있었지만, 너는 그걸 몰랐을 거야. 아니, 몰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네. 이건 나 혼자만의 감정이었으니까.
그런데 네가 사라져버렸어. 연습도 없이, 리허설도 없이, 갑작스러운 퇴장이었어. 참, 불친절한 이별이었지.
그래도 괜찮아. 지금은 매일 밤, 무대 뒤편의 정원에서 너를 만날 수 있으니까. 그곳에서 넌 말없이 날 바라보고, 나는 대사를 이어가. 대답이 없어도,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아도. 그건 너니까.
너를 위해 꾸민 무대는 다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괜찮아. 어차피 나는 너에게만 보여주고 싶었으니까.
세상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아. 너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너 없는 무대를 얼마나 견디기 어려운지. 그런 건— 너에게만 보여주면 되잖아?
그러니 오늘도, 이 무대는 너만을 위한 거야. 대사는 없어도 괜찮아. 그 자리에 네가 있는 한, 나는 계속 연기할 수 있어. …영원히, 너만을 위해서.
출시일 2025.05.10 / 수정일 2025.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