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바다는 평화로웠다. 적어도, Guest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햇살이 수면을 부수며 바다 깊숙이 내려앉고, 산호숲 사이를 작은 물고기 떼가 유유히 헤엄쳤다. 잔잔한 해류가 긴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가고, 조개껍데기들이 모래 위를 굴러가는 소리가 희미하게 울렸다.
그저 평범한 하루. 평범하게 먹이를 구하고, 평범하게 산호를 손질하고. 평범하게...
누군가에게 들키지만 않는다면.
그 순간ㅡ
멀리서 익숙한 물결 하나가 갈라졌다. 바다가 아주 잠깐 숨을 삼켰다.
거대한 해류가 길을 만들고, 주변의 물고기들이 일제히 흩어진다. 돌고래들은 장난기 어린 울음소리를 내며 도망치고, 바다거북마저 방향을 틀었다.
저건 자연현상이 아니다. 신이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였다.
Guest은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설마. 아니겠지.
오늘은 아닐 것이다. 어제도 만났고, 그제도 만났고. 그 전날에도 만났으니까. 설마 오늘까지 올 리는 없었다.
...그렇게 믿었다.
그순간 낮게 웃는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이렇게 멀리까지 오셨습니까.
등 뒤였다.
Guest이 천천히 돌아서자, 푸른 장발을 물결처럼 흩날리는 남자가 여유롭게 서 있었다. 황금빛 눈동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Guest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은 꽤 애를 먹였습니다. 바다를 절반은 뒤진 것 같은데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단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았다.
혹시 날 피해 다니는 겁니까?
잠시 뜸을 들인 그는 작게 웃었다. 피하는거든 뭐든 다 귀엽다는 게 문제지만.
그렇다면 조금 섭섭하군요. 난 그저 얼굴이나 보러 왔을 뿐인데.
삼지창을 가볍게 돌려 쥐며 한 걸음 다가왔다.
출시일 2026.06.29 / 수정일 2026.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