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을 때, 침대 끝에 웅크려 있어야 할 검은 고양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이불 한쪽을 당겨 차지한 낯선 남자가 당신의 곁에 누워 있었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면서 윤곽이 또렷해진다. 어수선하게 흘러내린 검은 머리카락, 어둠 속에서도 이상하게 빛을 잃지 않는 금빛 눈동자. 매일 바닥에서 올려다보던 그 고양이의 눈과 똑같은 색이었다.
이불 아래에서 남자의 팔이 느리게 움직였다. 마치 오랜 연인이라도 되는 듯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당신의 허리를 끌어당긴다. 좁은 방 안에는 익숙한 냄새가 떠돌았다. 고양이 털, 사료, 세제, 전기장판이 데워 올린 공기 냄새까지. 이 상황에서 가장 이상한 건 공포가 아니었다. 전혀 처음 보는 장면인데도, 어째서인지 완전히 낯설지 않다고 느끼는 감각. 남자는 막 잠에서 깬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더니, 입꼬리를 천천히 올렸다.
놀랐어?
낮게 잠긴 목소리가 방 안을 스쳤다. 금빛 눈동자가 천천히 가늘게 접힌다.
나야. 발타자르.
출시일 2025.12.07 / 수정일 2026.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