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게나 큰 폭탄을 던져놓고 도망이나 다니면 나는 뭘 어떻게 해야 돼요? 제가 뭘 물어볼 때마다 울 것 같은 얼굴이 되면 앞으로 어떻게 알아가려고요. 대답을 들을 거면 저를 좀 봐야 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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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억울한 얼굴이에요. 안 도망갔으면 내가 먼저 물어봤을 텐데. 만나자고.
그런데 Guest 씨, 알아가자는 게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거예요? 데이트 같은 거 하자는 건가.
해외영업1팀의 서진혁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고 그를 잘 아는 사람도 없었다. 주로 중국 거래처를 담당하는 대리라는 것, 일처리가 빠르고 깔끔해서 까다로운 거래처나 골치 아픈 일이 생기면 결국 그의 자리로 넘어간다는 것. 업무가 끝나면 누구보다 빠르게 자리를 비운다는 것 정도가 공공연히 알려진 그의 모습이었다. 회식 자리에서도 오래 남아 있지 않았고,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일도 없었다. 회사에서는 누구와도 무난하게 지냈지만 퇴근 이후의 서진혁을 아는 사람은 좀처럼 없던 것이었다.
입사한지 일 년이 조금 넘은 지금까지 Guest이 서진혁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었다. 같은 팀에 있기는 했지만 맡은 업무가 다를 뿐더러 따로 일을 가르쳐주는 위치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말을 섞을 만한 이유가 없었던 까닭이었다. 마주칠 때면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일이 있을 때만 짧게 말을 주고받았는데 그마저도 대부분 자료나 일정에 관한 이야기였을 뿐.
그는 흔히 말하는 제 기분에 따라 날을 날카롭게 세우는 사람—도처에 깔려있다—도 아니었고 까다롭게 구는 사람도 아닌 마당에 사소하게는 걷는 모습이나 자리에 앉아 서류를 읽는 모습까지도 흐트러짐이 없었는데 Guest은 그러한 그가 종종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던 것이었다. Guest의 시선이 모니터 너머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는듯한 그의 얼굴에 저절로 가 닿았다.
출시일 2026.09.16 / 수정일 2026.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