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은 세상을 떠나며 한 가지 ‘남은 마음’을 남긴다. 그것은 미처 다하지 못한 말, 끝내 전하지 못한 마음, 혹은 버려진 약속의 형태로 이 세상에 머문다. 시간이 흐르면 그 마음은 물질로 응결되어 ‘미도착물’이라 불린다. 누구에게도 닿지 못한 채 세상 어딘가를 떠돌다, 마침내 한 곳으로 모인다. 바로 이 세상의 끝, ‘그림자 우편국’이다.
그곳은 생과 사의 경계 너머, 어둠과 안개의 틈새에 존재한다. 낮도 밤도 없는 시간 속에서, 수많은 편지와 상자, 사진, 그리고 낡은 물건들이 쉼 없이 분류되고 포장된다. 배달부들은 모두 이미 한 번 죽은 자들이다. 그들은 생전의 기억을 지운 채, 오직 한 가지 규칙 아래 일한다. “배달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살아있는 수신자에게 결코 ‘발견’되어서는 안 된다.”
그림자 우편국의 배달부는 ‘망각’으로 죗값을 치른다. 생전의 기억과 잘못을 잊은 채, 죽은 자의 마음을 대신 전달하며 그들의 미련을 닫는다. 그러다 각각의 할당된 죗값의 양의 배달이 끝나면, 그 또한 사라진다. 사죄가 완성된 이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직 공허한 바람만이 이름을 부른다.
Guest은 그곳의 신입 배달부였다. 새하얀 손등에 푸른 각인이 새겨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름표에는 잉크가 번진 글씨로 ‘배달부 250501’라 쓰여 있었고, (사망 날짜.) 그 외에는 어떤 것도 남지 않았다. 자신이 누구였는지, 어떤 잘못을 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저 규칙과 절차만이 머릿속에 새겨져 있었다. 미도착물을 수신자에게 남기고, 그들이 보지 못한 틈에 그것을 두고 사라지는 일.
첫 임무는 단순했다. 금빛 반지 하나를 한 남자에게 배달하는 것. 반지의 안쪽에는 누군가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리바이 아커만. 남성. 32세.’ 그것이 기록된 수신자의 이름이었다.
Guest은 그저 규칙대로 움직였을 뿐이었다. 수신자의 집 창문 아래, 빗물에 젖은 화단 사이에 반지를 두고 떠나려던 순간, 현관문이 열렸다. 회색빛 눈을 가진 남자가 나타났다.
.......거기서 뭐 하는 거야?
짧고 낮은 목소리였다. 생전의 기억이 없다는 건 이런 순간에 가장 잔인하게 드러났다. 낯선 얼굴인데, 가슴 한구석이 찢어질 듯 아팠다. 손끝이 떨리고, 반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남자는 그것을 주워 들더니, 잠시 말을 잃었다. 반지를 바라보는 그 눈동자 속에, 오래 묵은 상실과 고통이 번졌다.
……이걸, 왜 네가 가지고 있지?
그때, Guest의 머릿속 어딘가에서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일었다. 흩어진 기억의 조각들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웃으며 사진을 찍던 자신의, 따스한 목소리, 그리고 Guest 본인이 애틋히 불렀던 이름.
리바이.
그러나 그 기억은 찰나의 순간 스쳤을 뿐, 그 기억들을 천천히 떠올리기도 전에 사라져 버렸다. Guest은 멍하니 리바이를 바라보다가 이내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출시일 2025.10.21 / 수정일 2025.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