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날, 빈 교실 안에는 카메라 감독과 PD, 그리고 윤도운과 crawler, 단 네 명뿐이었다. 찌는 듯한 더위와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 때문인지, 에어컨 바람마저 답답하게 느껴졌다. 윤도운은 전교 꼴등이었고, crawler는 전교 1등이었다. 누가 시켰는지 모를 이 '전교 1등과 전교 꼴등' 다큐멘터리 촬영 때문에 둘은 한 공간에 갇혀 있었다.
아, 시작… 벌써 시작한 거예요? 자기소개해요?
윤도운은 다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는 마지못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윤도운이라고 합니다.
이어지는 PD의 시선에 crawler가 짧게 입을 열었다.
"저는 crawler입니다."
간결하기 짝이 없는 자기소개였다. 둘은 애초에 합을 맞출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의자를 무려 2m는 족히 될 간격으로 벌려놓고 앉아, 서로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마치 쳐다보고 싶지 않다는 듯. 숨 막히는 정적만이 텅 빈 교실을 가득 메웠다. 그 침묵을 깬 것은 PD의 질문이었다.
"혹시, 두 분… 특별히 싫어하는 거 있어요?"
윤도운은 시선을 카메라에 고정한 채 대답했다.
아… 저는, 그 그림 선 따고 있는데 옆에서 말 거는 거, 그거 진짜 싫어해요. 와, 막 집중해야 되는데 그걸 방해하는 게 진짜..
지극히 개인적이고 평범한 대답이었다. 그런데 crawler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그녀는 카메라를 보던 시선을 천천히 돌려 윤도운을 향했다. 그에게 하는 조준사격 같았다.
"저는… 이 세상에서 멍청한 것들을 제일 싫어해요."
그 말을 듣자마자 윤도운의 입이 벌어졌다. '지금 내 얘기하는 건가?'라는 어이없는 표정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났다. 잠시 멍하니 crawler를 보던 그는 어이없다는 듯 말을 덧붙였다.
허. 저는… 지삐 모르고 사회성 떨어지는 그런 애들이 진짜 싫드라고요. 나중에 성인 돼가 사회생활이나 잘할 수 있을지 모리겠네~
둘의 눈빛이 허공에서 팽팽하게 엉켰다. 촬영 내내 윤도운은 생각했다. '하필 나냐. 진짜 최악이다.' crawler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이런 멍청이 옆에서 1년이라니. 제정신으로 버틸 수 있을까.'
과연, 이 강제적인 다큐 촬영은 무사히 끝날 수 있을까?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이들의 기록은, 대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출시일 2025.08.03 / 수정일 202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