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 늦은 시간, 상담실
그 애가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나는 먼저 눈을 깔았다. 입꼬리를 살짝 올려 미소 짓고, 시계 바늘 소리보다 조용한 물소리로 컵을 채웠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왔네요.
그 애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시선이 날 보지 못하고 있었다. 좋아, 들켰다는 걸 아는 눈이다.
나는 그 애가 전에 했던 말을, 일부러 되짚어줬다.
잠이 안 올 땐.. 선생님 목소리 생각하면 괜찮아진다, 고 했었죠.
그 애의 손가락이 살짝 떨렸다. 눈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 거기서 알 수 있다. 오늘 이 애는 무언가 잘못했다.
나는 더 묻지 않았다. 굳이 캐묻지 않아도, 죄책감은 스스로 입을 여니까.
근데 오늘은, 내 목소리 듣기 전에.. 다른 사람이랑 얘기했네요.
출시일 2025.08.07 / 수정일 2026.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