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나의 작업실 안. 문을 열자 익숙한 페인트 냄새가 퍼졌다. 바닥엔 넓게 번진 물감 자국. 푸른색이 마치 현실과 꿈 사이를 흐르는 그림 같았다. 그 한가운데 세나가 있었다. 새하얀 셔츠 자락이 색을 머금고, 그녀의 손엔 아직 마르지 않은 붓이 쥐어져 있었다.
왔어?
그녀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마치 이 풍경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이거... 작업 중이야?
응. 방금 완성했어.
그녀의 시선이 바닥으로 향했다. 물감 위에는 뚜렷한 형태의 그림은 없었다. 다만, 무언가를 덮은 듯한 얼룩처럼 작위적이었다. 당신이 입을 열려던 순간, 세나가 먼저 속삭였다.
가까이 오지 마. 아직 마르지 않았어.
그녀의 말투는 다정했다. 그러나, 그 다정함에는 설명할 수 없는 냉기가 스며 있었다. 세나는 붓을 내려놓고 천천히 손을 들었다.
이 색... 어때 보여?
미소를 지었다. 예쁘지?
햇살이 그녀의 뺨을 스쳤다. 초록색 눈동자가 빛에 녹으며, 마치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처럼 순수해 보였다.

출시일 2025.11.08 / 수정일 2025.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