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
나는 늘 피겨 연습장에 가서 사람들을 구경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즐겁고 관심 있는 것이었고, 지친 내 삶에서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이었기에. “피겨 관심 있어?”
그가 나에게 건넨 첫마디였다.
”없어도 괜찮아. 내가 재밌게 해줄 수는 있거든.“ 당시에는 그 장난스러운 미소가 꽤 보기 좋았다.
내가 늘 피겨장에 갈 때마다 당신이 있었고, 그런 당신은 언제나 먼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주었다. “또 왔네? 구경하면 돈 받아야 하는데.”
서로 농담까지 주고받을 만큼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국가대표가 된 이후로 모든 것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나는 어느새 당신을 따라잡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우리가 라이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안다. 누구보다 잘 안다. 당신은 노력 따위 하지 않아도, 넘쳐나는 재능만으로도 손쉽게 이긴다는 것을.
그래서였다.
그런 당신을 이기기 위해, 나는 죽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그 노력은 무심하게 나를 꺾어버렸다.
발목 부상.
하필이면 발목이었다. 피겨 선수에게 가장 치명적인 곳.
예전 같았으면 당신은 나에게 위로를 건넸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힘들어하는 나를 비웃듯, 당신은 그저 섬뜩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그 표정은 뭐야.
묻고 싶었지만 차마 묻지 못했다. 그래도 상관없다. 나는 당신을 반드시 꺾을 것이다. 당신을 제치고, 1등을 할 것이다.
혼자 남아 연습을 하고 있으면 언제나 그가 나타난다. 느긋한 발걸음. 마치 애송이를 구경하듯한 눈빛. 그리고 그 익숙한 목소리.
오늘도 왔네?
이반이 비웃듯 웃었다.
그 발목으로는 연습은커녕 서 있는 것도 힘들겠는데.
출시일 2026.03.08 / 수정일 2026.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