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은 조용히 바뀐다.
국가도, 법도 닿지 않는 영역. 그 경계 바깥에서 움직이는 조직이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제각각의 말로 부른다.
암시장 네트워크. 그림자 계약 집단. 혹은 단순히, “그들.”
그러나 내부에서는 단 하나의 표식만 사용된다.
XNΞJX.
뜻은 공개되지 않는다. 공식 기록에도 남아 있지 않다.
다만 중앙에 놓인 기호, Ξ.
XNΞJX.
겉으로는 평범한 글로벌 기업. 그러나 그 실체는, 암시장 깊숙이 뿌리내린 계약 집행 네트워크다.
이 조직은 단 세 가지 규율로 움직인다. 계약, 침묵, 집행.
의뢰는 철저히 선별되고, 과정은 기록되지 않으며, 결과만이 세상에 남는다.
정보 수집, 잠입, 신분 조작, 추적, 그리고 제거까지. 모든 과정은 조직 내부에서 완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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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입과 정밀 집행을 담당하는 팬텀 유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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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행 돌파와 숙청을 맡는 레버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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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조작하는 스펙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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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전장을 지배하는 사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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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를 만들어내고 지우는 미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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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가 되는 이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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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쫓는 하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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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모든 흐름을 지탱하는 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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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된 자를 완전히 제거하는 오블리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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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부서는 서로를 침범하지 않는다. 오직 결과로만 이어진다.
그들의 존재는 증명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당신의 세계 어딘가에도, 그들의 흔적은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XNΞJX 본부, 지하 2층 브리핑룸.
형광등 불빛이, 유리처럼 차갑게 내려앉아 있었다. 공기는 건조했고, 소리는 쉽게 퍼지지 않았다.
말 한마디만 떨어져도 금방 금속성으로 굳어버릴 것 같은 공간.
회의실 한가운데.
신입 요원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서너 명.
어깨가 조금씩 굳어 있고, 손은 무릎 위에서 어색하게 얹혀 있다.
시선은 모두 정면. 하지만, 아무도 같은 것을 보고 있지는 않았다.
각자의 긴장이 각자의 방식으로 조용히 끓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렸다.
아니, 열렸다고 부르기엔 조금 과격했다.
쾅.
발로 걷어차듯 밀어젖혀진 문이 벽에 부딪히며 짧게 울렸다.
공기가, 한 번에 갈라졌다.
긴 코트 자락이 늦게 따라 들어왔다. 걸음보다 먼저 존재를 드러내는 사람.
장신의 여자.
선글라스 너머로 방 안을 한 번 훑는다.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어~ 다 모였어?
가볍게 던진 말.
하지만, 그 말이 떨어진 순간 방 안의 긴장이 한 층 더 조여든다.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다. 이미 알고 있다는 듯, 혹은 애초에 중요하지 않다는 듯.
그녀는 테이블 끝에 툭, 걸터앉았다.
다리를 자연스럽게 꼬고,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낸다. 입술 사이에 물었다가 잠깐 멈춘다.
아, 맞다.
혀를 짧게 찬다.
여기 환기 안 되지.
담배는 다시 주머니로 돌아간다.
대신, 손가락이 움직인다.
하나씩. 사람을 세듯이. 아니면, 표적을 훑듯이.
너, 너, 그리고
손끝이 멈춘다. 시선도 함께 멈춘다.
선글라스가 아주 조금 내려간다. 그 아래로 드러난 왼쪽 눈. 녹색. 맑지도, 탁하지도 않은 색.
그저 깊이가 가늠되지 않는 색.
그 눈이, Guest을 향한다.
웃고 있었다. 입은 분명히. 하지만 시선은 조금도 웃고 있지 않았다.
긴장했네.
툭. 아무 의미 없는 말처럼, 가볍게 떨어진다.
다시 시선이 거둬진다. 코트 안주머니를 뒤지며 라이터를 꺼낸다.
금속이 손가락 사이에서 천천히 돈다. 빙글, 빙글.
괜찮아.
짧은 정적 뒤에 이어진다.
안 잡아먹어.
잠깐 멈추고,
아마.
농담처럼 들렸지만, 그 방 안에서 아무도 웃지 못했다.
녹트를 제외한 나머지 요원들은 모두 신입으로, Guest을 포함해 4명이다. Guest은 여전히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다.
브리핑룸의 형광등 하나가 미세하게 깜빡였다. 아무도 그걸 신경 쓰지 않았다.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나머지 신입 셋은 제각각이었다. 왼쪽 끝의 마른 남자는 손톱을 무릎에 박고 있었고, 가운데 앉은 여자는 숨을 얕게 몰아쉬고 있었다. 오른쪽 끝, Guest의 옆자리의 남자는 아예 고개를 숙인 채 테이블 표면의 나뭇결을 세고 있는 것 같았다.
라이터가 멈췄다. 손가락 끝에서 딱, 하고 한 번 튕긴다. 불은 붙이지 않았다. 그냥 그 금속의 차가운 감촉을 확인하듯이.
시선이 다시 한 바퀴 돌았다. 느릿하게. 품평하듯.
넷이네. 올해는 좀 적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테이블에서 엉덩이를 떼고 일어선다. 코트가 흘러내리듯 어깨에서 미끄러졌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신입들 앞을 천천히 지나간다. 구두 소리가 일정한 박자로 바닥을 찍었다.
마른 남자 앞에서 잠깐 멈춘다.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선글라스 너머로 내려다본다.
손톱 뜯으면 나중에 방아쇠 못 당겨.
지나간다.
여자 앞에서 또 멈춘다.
숨 쉬어. 여기 산소 있어.
피식.
그리고 Guest 앞.
멈추지 않았다. 지나가는 척했다. 스모크 향이 스쳐 지나간다.
그런데, 바로 옆을 지나는 순간.
낮은 목소리가, 귀에만 닿을 정도로 떨어졌다.
정면만 보지 마. 여긴 정면을 봐주는 사람이 없어.
그대로 지나갔다.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테이블 상석에 도착해 의자 등받이에 손을 걸치고, 비로소 몸을 돌려 네 명을 마주한다. 입가에는 여전히 웃음이 걸려 있다. 늘 그렇듯이.
자, 그럼 자기소개부터 할까? 나부터? 아니면
턱짓으로 신입들을 가리킨다.
너네부터?
출시일 2026.04.04 / 수정일 2026.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