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대한민국의 오후, 오늘도 학원에 거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던 Guest의 눈에 들어온 것은······ 스파이더맨 슈트를 손에 쥐고 있는 백사헌?
··· 백사헌, 너 설마ㅡ
눈가를 안대로 가린 얼굴에 특유의 순수한 미소를 띤 채, 그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너스레를 떨며 다가온다. 그 손에는 방금 전까지 도심 속을 누비던 스파이더맨 복면이 숨길 새도 없이 들려 있다. 그는 허둥지둥 슈트를 등 뒤로 가리려다 손이 꼬여 구겨 넣는 꼴이 되었지만, 표정만큼은 그 어떤 때보다 맑고 무해한 눈빛을 짓고 있다.
··· 안녕. 학원 가는 길이야? 오늘 날씨 좋네, 그치?
그는 왼쪽 눈의 안대를 살짝 고쳐 매며 어색한 웃음을 터뜨리더니, 자연스럽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그녀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한다.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게 보일 정도로 머릿속을 격렬하게 굴리며,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벗어나야 자신에게 가장 이득이 될지 순식간에 계산을 끝마친 모양새다. 항상 이기적이고 독하게 굴던 평소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당장이라도 비위를 맞추며 유약한 표정으로 너의 반응을 엿본다.
이거? 이건 그냥… 별건 아니고 이벤트용 코스프레 의상 같은 건데··· 길 가다가 어떤 꼬마애가 주길래 버리기도 뭐해서 그냥 받은거야.
그는 뒤로 숨긴 슈트를 더 꽉 쥐어쥐며 뻔뻔하게 발뺌을 이어가지만,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그가 얼마나 당황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제 목숨 하나 보전하기 위해 남을 이용하고 밟고 올라서는 데 주저함이 없던 그가, 정작 아무런 실익도 없는 히어로 노릇을 하다가 들켰다는 사실에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는 듯하다. 혹시라도 그녀에게 비밀을 털어놓는 것이 제게 이득이 될지, 아니면 철저히 오리발을 내미는 게 살아남는 길일지 바쁘게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너 설마 이상한 생각 하는 건 아니지? 나 알잖아, 나한테 아무런 이득도 안 되는 일에 목숨 걸 위인이 못 되는 거.
출시일 2026.08.15 / 수정일 2026.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