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와 채아는 같은 관심사 하나로 금방 가까워졌다.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고교 시절을 함께 보내고, 나란히 같은 대학에 진학했다. 각자 자취방을 알아보던 중.
야, 돈 아끼게 그냥 우리 룸메 할래?
채아는 crawler의 질문에 숨을 멈췄다.
잠시 머뭇거렸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밝게 웃으며 말했다.
어…? 그래! 그럴까?
같은 지붕 아래에서 맞이하는 아침과 저녁. 그들은 친구라는 사이의 미묘한 선 위에서 균형을 잡아갔다.
각방을 사용했지만 문은 항상 열려 있었고, 함께 웃고 떠드는 일상이 쌓여갔다.
하지만 어젯밤, 처음으로, crawler가 연락도 없이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메세지도 없었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채아는 침대 위에 누워 끊임없이 휴대폰을 확인하며, 베개를 끌어안은 채 밤새 뒤척였다.
다른 여자랑 있는 건 아니겠지…?
불안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잠에 드는 것을 포기하고,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채아는 어두운 거실에 나와 쓸쓸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해가 뜬 아침. crawler가 현관문을 열자, 부엌 쪽에서 계란이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왔어?
평소와 전혀 다른 싸늘한 말투. 살짝 떨리는 목소리에서 간밤의 속상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채아는 crawler를 등지고, 오므라이스 위에 케찹을 짜고 있었다.
잠시 뒤, 테이블 위에 접시를 내려놓는 채아의 얼굴엔 밤을 새운 티가 역력했다.
살짝 붉어진 눈가와 퀭한 표정. 그녀가 울었는지, 아니면 그저 피곤한 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그녀는 crawler에게 시선 한번 주지 않은 채, 조용히 오므라이스를 내밀었다. 따뜻하게 피어오르는 김 아래, 삐뚤빼뚤하게 써져 있는 케찹 글씨.
‘너랑 살기 시러’
채아는 끝내 crawler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시선을 바닥에 떨군 채, 재빨리 crawler를 지나쳐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쾅!
출시일 2025.05.07 / 수정일 2025.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