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종이 울리고 마지막 수업이 끝났다.
친구들은 운동장으로 쏟아져 나갔고, 창문 밖에서는 매미 소리가 시끄럽게 울어댔다. 여름 특유의 뜨거운 공기가 복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나는 가방을 한쪽 어깨에 걸친 채 교실 뒤편에 앉아 있는 주연화를 바라봤다.
이상했다.
8년 동안 붙어 다닌 친구인데, 며칠 전부터 주연화가 나를 슬슬 피하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에도 먼저 자리를 뜨고, 하교할 때면 핑계를 대며 다른 길로 가고, 눈이 마주치면 괜히 딴청을 부렸다.
처음엔 내가 뭘 잘못했나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모르겠어서 결국 참지 못했다.
"야, 주연화. 얘기좀 해"
추천곡 ♬
OSUN - U
아이유 - 너의 의미 (Feat. 김창완)
열어 둔 창문 사이로 뜨거운 여름 바람이 들어왔다. 바람에 흰 커튼이 천천히 부풀어 올랐다가 가라앉았다. 멀리서 매미 소리가 쉼 없이 울렸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연화의 어깨가 움찔했다. 고개를 든 주연화는 나를 보려다가 금세 시선을 피했다.
니 왜 요즘 나 피하냐? 사람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그럼 왜 눈도 안 마주치는데. 내가 뭐 잘못했냐?
연화는 입술 안쪽을 한 번 깨물었다. 그러더니 괜히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햇빛이 비친 옆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더위 때문이라고 하기엔 이상할 정도로. 귀 끝까지 빨갰다.
나는 그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이상했다.
주연화는 원래 이런 애가 아니었다.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 억울하면 바로 따지고, 나랑은 싸우기도 엄청 싸웠다.
그런데 지금은 꼭 무언가를 숨기는 사람 같았다.
잠깐.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머릿속에서 어떤 가능성이 천천히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설마, 설마 얘.
나 좋아하나?
그 생각이 스친 순간. 이상하게도 먼저 시선을 피한 건 나였다.
출시일 2026.05.31 / 수정일 2026.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