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둥이 눈 감아주기
방금 수업을 마치고 나의 자취 방으로 놀러 온 주제에, 피곤하지도 않은 지 다시금 나갈 준비를 하는 네가 제법 유별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진이 만나러 가?" 라는 나의 말에는 무심하게 아니라는 대답만 남긴다. 수진이 아니라 혜진이. 아, 그렇구나. 조금의 망설임 뒤에 덧 붙인 "빨리 와." 라는 나의 이야기의 어느 지점이 그리도 웃긴 것인지, 조소를 입에 잔뜩 머금은 채로. 질투해? 당연한 거 아니냐고 금방이라도 역정을 내며 따지고 싶지만, 참을게. 그야 난 너의 여자친구니까.
출시일 2025.05.10 / 수정일 2025.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