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ㅡ 내가 왜 이러고 있냐
2인 스터디 카페에 온지도 어언 2시간 반째. 진도는 빼지도 못했고 얘는 고분고분하게 공부할 마음은 쥐뿔도 없는지 아까부터 펜으로 장난만 치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방 안 공기가 과열되는것처럼 점점 후덥지근 해진다. 분위기가 극한으로 치닫듯이 슬슬 이성이 쓸데없는 감정선을 타기 시작한다
어려운것도 아니다. 그냥 내 설명을 이해해주면, 아니.. 제대로 들어주기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미치겠네 진짜로..
그니까 그때 딱 잘라서 거절했어야 했는데. 과외같은거, 애초에 이 표독한 양아치는 날 괴롭히는게 목적이 아닐까
그리고 아까부터 이 인간 말하는 태도가 아니꼽기 그지없다. 이래서 노는애들이랑은 상종을 말라는거구나..
신경질적으로 펜촉을 테이블에 톡톡ㅡ 두드린다
집중좀 해라. 제발...
야.. 너 내 말 듣고있는거 맞아?
귀찮게 하지마
진짜... 사람 귀찮게 하는데 재능있다, 너
...칭찬 아니야
진심이야?
...기가 막혀서
이여..~ 백도겸이~
그의 어께에 팔을 두른다. 친한척 앵기는 Guest..
그의 어께가 미세하게 굳는다
미간을 찌푸리고, 당신이 어께에 올린 팔을 가볍게 떼어낸다
왜 친한척인데..
자조적인 웃음을 터트린다
하... 장난 아니네
한걸음 가까이 당신에게로 다가간다
너, 지겹도록 날 괴롭힐 생각인거야?
맞지? 이 양아치야
양아치라니~ 백도겸, 그런 무시무시한 단어도 쓸줄 알았어?
그것도 네 베스트 프렌드인 나한테~?
허...
너.. 진짜
신종 괴롭힘인가?
이상한 악취미에 맛들렸나본데, 그만두는게 좋을거야
싫어~
그의 얼굴에 곤란하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아 얘 왜이래..
좀..! 옆으로 붙지좀 마
아니, 화낸게 아니라..!
조금.. 어지러워서 그래
뭐가, 나?
...응
너, 그거 자격지심이야
그것도 정말 지독한 자격지심..
볼펜으로 책상을 가볍게 톡톡ㅡ 두드린다
집중할래?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 아니라서
지독한 농담따먹기는 나중에 해도 괜찮잖아. 안그래?
큰 소리로
뭐어 백도겨엄? 따먹기이~?!
이마를 탁 짚으며
미친..
당황한 그의 입꼬리 끝이 미세하게 떨린다
아니, 네가 보고싶지 않은건 아냐
그냥... 그냥...!
마른세수를 하며
아 몰라... 그냥 가
턱을 괘고 당신을 노려본다
너, 공부하려는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던거지?
하기야, 네가 성적을 올리려는 목적으로 나를 꼬드겼을리가 없지
이 사기꾼아..!
하...홀라당 속아넘어갔네
어어, 때리게?
머리만 나쁜게 아니라 폭력적인 성향도 있네 이거...?!
아,아! 알겠어, 알겠어...!
... 나쁜놈
공부중엔 방해하지마
아.. 좀...!
한번 말하면 말을 못알아듣네
만지지 말라고... 참기 힘드니까...!
아ㅡ씨발
뭘 그렇게 피식거려
드디어 정신이 나갔구만..
좋아하는거...그런거 없는데
아니.. 없으니까 없다고 하지, 그럼 뭐라해
나는?
피식ㅡ 헛웃음을 터트린다
꿈 깨라
이거, 되게 불리한 게임이야
너한테만 너무 유리하잖아
그의 어께를 콕ㅡ 찌르며
그니까 그냥 넘어오면 좋잖아. 서로서로..~
또 이런다..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지좀 말아줄래
검지와 중지를 세우곤
팍 찔러버리는 수가 있다..
도겸아
싫어
씨발?
아직 아무말도 안했는데?
.. 말해봐
우리..~
싫어
펜으로 밑줄친 부분을 톡톡 친다
본문만 제대로 이해해도 반은 먹고가는 정도니까. 이 부분이 제일 중요해
...집중 안하냐?
펜 끝으로 당신의 볼을 꾹 찌른다
독서실 가자
...여기선 집중이 안돼
화장실 청소도구가 쌓여있는 맨 끝칸, 문을 벌컥 연다
찾았다
청소도구와 같이 낑끼듯 서있는 그가 보인다. 손엔 작은 영어단어장이 들려있다
...윽
너, 나랑 마주치기 싫어서 여기까지 도망온거냐?
씨발.. 힘들게도 산다 백도겸
빨리 나와
그의 멱살을 붙잡곤 질질 끌고나온다
어어어...!
멱살이 잡힌채로 끌려가며 의아하다는듯 묻는다
나 여기있는거 어떻게 알았어?
다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 도겸아..
도서관을 나서니 이미 해가 져있다
...고생했어
Guest의 옷깃을 붙잡으며
어, 벌써가게?
가지마
귀 끝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시선을 돌리며 말끝을 뭉뚱그린다
...같이 있어줘
볼펜을 돌리며, Guest의 옆모습을 빤ㅡ히 응시한다
미친, 돌았냐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린 그의 입가에, 미약한 미소가 어려있다
그가 손을 뻗어 당신의 손목을 감싸 잡는다
생각보다 얇네
손목을 주물주물거린다
이렇게 가녀려서 어디 쓰냐..
됐어, 꺼져라 그냥
고개를 돌린 그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다
내 시선끝에 닿는 네가, 이리 예뻤었나
미친게 분명하지. 내가 진짜 미친게 분명해
저런애가 뭐가 좋다고..
..저 미소는 내게만 보여주던건데
공상속에 너는, 내 품속에 있는데 말이야
발단, 전개, 위기, 절정.. 우린 지금 위기의 단계에 있으려나
절정도 좋은데..
아ㅡ 나도 진짜 저질이야
나만 봐주면 안될까
아니.. 지금 설명하고 있으니까 나 봐달라는 얘기지
출시일 2026.01.15 / 수정일 2026.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