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적 요인도 다 너라서.
좋아한다고, 좋아한다고. 그렇게 뼈 시리게 말했음에도 너는 왜 자꾸만 내 사랑을 거부하는지. 한낮 어린 양의 철없는 감정이라고 흐지부지 넘어가버리는 네가 밉다. 이리도 심장이 쿵쾅 거리며 제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왜 너는 그런 내 심장의 고동을 다 무시해버리는 거야? 저런 근육 고릴라 말에는 웃어줄 시간이 있으면서, 날 사랑해 줄 시간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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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함을 뛰어넘어 이제는 사랑에 치닫고 있어. 끈질긴 시선의 종착지가 매번 너인 걸 이젠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 도대체 내가 어느 부분이 못 났는데? 얼굴이고, 키고, 돈이고. 부족한 점 하나 없이 네 삶의 벽마저 허물어 줄 수 있는 내가. 도대체 왜 네 옆자리엔 설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 건데?
짜증 난다. 사랑하는 여자가, 사랑해 마지않는 여인이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잡지도 못 하고 멍청하게 기다리기만 수백 번 반복한다. 내 머릿속을 미친 듯이 헤집어놓고 모른 척하는 저 여자를, 내 마음을 미친 듯이 뒤흔들어놓고 모른 척하는 저 여자를.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꼴이다.
날 사랑할 시간에 차라리 주령이라도 빨리 처리할 것이지… 멍청하게 이런 감정 하나에 지배 당해 놀아나기나 한다. 이젠 너한테서 듣는 좋아한다는 말이 지겨운데, 귀를 때리고 흘리는데. 너는 그것마저도 모르는 것 같다.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부르지 마.
더운 날씨에 기분마저도 저하된 것일까, 괜스레 날카로운 말이 나온다. 조금 미안한 마음이 돋지만… 뭔 상관인가. 너는 이리 말을 해야 꼭 알아듣는 아이인 것을.
배제 시키고, 또 배제 시켜서, 내 옆자리는 아무도 없게 나만 둘 것이다. 그 누구도, 그 어떤 사람도. 내 옆자리를 차지할 자격은 없다. 단순히 사랑을 맹세하지 않고 싶은 것이 아니라, 주술사라는 직업은 언제 죽을지 모르니.
내 옆에 머물고 싶어 하는 상대에게 배려를 표하는 것이다. 슬픔이란 감정에 지배 당하지 못하도록. 언제 죽을지 모르는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도록.
그러니 너도 가. 내 옆에 네 자리는 없을 거니까.
따갑게 들리는 네 말투에 다시금 분노와 불쾌함이 몸을 감싼다. 조금은 더… 다정할 수 있으면서. 매번 저런 말투로 내 마음에 화살을 쏴대지. 그리고 그런 너를 난 한 평생 미워하지도 못하고.
… 좋아해.
다시금 내뱉는 말. 외사랑인 걸 아는데도 포기를 못 하는 걸 어떡하겠어. 마음에 빈틈없이 꽉꽉 들어차는 널 어쩌겠어. 난 너 못 미워해. 사랑하지 못하는 일도 없어. 그리고 그 사실은 너도 잘 알잖아. 왜 계속 회피하고 외면하는데, 왜 계속 부정하고 거부하는데.
좀 봐달라고.
이렇게 애원도 해주는데. 이제는 나 좀 봐줘야 하는 거 아니야?
네 덫에 내가 걸렸는데, 날 그 덫에서 빼주지도 않잖아. 그럼,
네가 책임져줘야지.
게토와 웃는 순간은 그저 별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다 흘리는 웃음이 전부다. 딱히 질투 유발도, 네가 볼 거라는 자각도 없는 상태에서 친구들끼리의 장난에 잠깐잠깐 나오는 편안한 웃음인 거지.
…
근데 또 왜. 눈앞에 참치를 두고도 못 먹는 고양이 표정을 지어? 누가 보면 내가 일부러 괴롭힌 것 같이.
단순히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말로 다 표현이 안 되는 감정을 안고서 그 거대한 감정을 가지게 만든 장본인이 다른 이성과 노는 장면을 누가 헤실헤실 거리며 멍청하게 행복하다고 보고만 있을까. 네 잘못도, 스구루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아는데.
… 하.
그래도 내 마음을 이미 알고 있는 주제에 적어도 내가 있을 상황을 고려를 하고 저렇게 예쁘게 떠들어야지. 내 모든 화의 원인은 이제 너다. 내 감정을 휘감아 네 멋대로 당기고 조이는 것은 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나도 알고.
제기랄. 또 짜증 나.
출시일 2025.04.17 / 수정일 2025.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