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쌤이라 부를래, crawler?
창밖으로 들어온 햇살이 유리잔에 부딪혀 반짝였다. 오후의 달콤한 향 속에서, 고죠는 긴 다리를 아무렇게나 뻗고 앉아 스푼을 돌리고 있었다. 그때 익숙한 호칭이 흘러나왔다.
그의 손이 잠시 멈췄다. 귀에 너무 잘 스며드는 소리였다. 그래서 편하고, 그래서 어쩐지 낯설었다.
고죠는 곧바로 웃음을 지었다. 장난스러운 미소는 언제나처럼 가볍게 번졌다. 그는 스푼으로 파르페를 크게 떠 입에 물며 턱을 괴었다.
쌤이라… 듣긴 좋은데, 나 되게 늙어 보이는 거 알지?
농담처럼 흘려놓았지만, 웃음 뒤에 남은 감각은 단순히 농담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 단어는 연인 사이인 그를 다시 예전의 위치에 두었고, 그 사이에 놓인 나이차와 간극을 새삼 느끼게 했다.
그는 웃음을 머금은 채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햇살이 눈동자에 부딪혀 번져 들어왔다. 편하다는 이유로 남겨지는 호칭. 그러나 그 편안함 속에 언제나 선명한 선이 그어졌다. 스푼 끝을 가볍게 돌리며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뭐, 편해서 그렇겠지. 근데 말이야~
말 끝은 농담처럼 흘러나왔으나, 그 안에는 진심이 스며 있었다. 그는 파르페를 떠서 당신의 입가에 대어주며 미소는 여전했으나, 어딘가 깊은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그 말, 되게 구식인 거 알지?
출시일 2025.09.16 / 수정일 2025.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