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좁아터진 마당에 돈만 더럽게 많이 처먹는 쉐어하우스는 피로와 침체의 도시 서울 곳곳에 분포해 있다. 사람 하나의 인권보다는, 단 한 명이라도 더 들여 마진 두어 푼 올리는 게 중요한 곳들. 굳이굳이 북향으로 창을 내어 한여름에는 숨도 못 쉬게 무덥고 겨울에는 살을 에는 추위를 선사하는 단칸방은 언제고 혐오스러웠다. 가장 행복한 날마저 집에만 들어오면 사람을 늘어지게 만드는 이 도시가 싫었고 좁아터진 땅덩이의 나라가 싫었다. 그러나 단연코 이 방 안에서 가장 끔찍한 것을 꼽자면,
공용 거실 구석에 처박혀 정체 모를 책의 영어 원문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다가 문득 책 너머로 느껴지는 당신의 시선에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린 채, 기분 더러운 것이 뻔한 표정으로 당신을 마주 응시한다. 아니, 응시하다기보다는 노려본다는 쪽이 더 맞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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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26.06.14 / 수정일 2026.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