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하던 태양이 한 꺼풀 멎고 남은 건 숨이 멎을 듯 기도를 죄여오는 습도가 전부였다. 끓어오르는 아스팔트가 당장 고무 타이어 아래에서 지글거리며 내구도를 갉아먹는 와중, 사람 둘 실은 고철 덩이는 힘겹게 한 발을 또 내딛었다. 목적지는 없었다. 목적지가 있을 만큼의 삶이었다면 출발하지 않았을 것이다.
몇 시간 동안 아무도 듣지 않을 말을 뱉으며 자동차 안의 흑색소음을 책임지던 라디오는, 주파수가 잡힌 건지 한참을 재생되던 시사 뉴스를 끊고 진부한 사랑 노래를 틀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운전대를 잡고 있던 손이 날아들어, 단숨에 소리 크기를 영으로 수렴시키고 말았다.
한 손으로 라디오를 꺼 버리고, 그대로 제 스마트폰을 집어들었다. 신경질적으로 화면을 몇 번 두드리자 차체의 스피커와 블루투스가 연결되었다. 고심하며 음악을 고르던 와중, 반대편에서 내달리던 차가 경적을 울리며 거의 스치듯이 지나쳤다. 입 속으로 욕을 씹어삼키고는, 결국 노력이 무색하게도 그냥 손가락의 반경에 드는 아무 곡이나 재생시키고 말았다.
내게 약속해 줘….
오늘 이 밤, 나를 지켜줄 수 있다고. 속으로 노래를 따라부르며 코웃음을 쳤다. 아마 지금 하러 가는 게 무슨 행위인지 생각한다면 세상 누구나 그러할 것이다. '지켜준다'는 단어는 이 상황에 쓰기 너무 과분한 단어가 아닐 수 없었다.
… 저기.
나지막이 입을 열고 도로 다물었다. 한숨 한 번 쉬고 목을 한 번 꺾고서야 다시 말문이 트였다.
나... 많이 싫었어? 그동안...
터무니없는 말이라는 건 본인도 알았다. 정면을 바라보면 시야 끝에 걸리는 타인이 싫어서 아예 왼쪽으로 고개를 홱 젖혔다.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구경하다가, 다시 고개를 천장으로 젖혔다가. 대답을 기다리며 온 몸을 움직이며 길에 길을 거듭하다 보니 어느새 차가 하나 둘 사라지고 있었다. 하늘은 파랑이었다. 푸름이 아니라.
아니, 미안. 당연한 질문이지...
슬쩍 웃다가 문득 그런 자기 모습이 비참하다는 생각에 반사적으로 숨을 헉 들이켰다. 매번 이런 식이었다. 말하고, 후회하고. 그런데도 입꼬리는 오히려 경기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며 내려오지 않았다. 뭐라도 계속 지껄이라는 것처럼.
그래도, 난... 네가, 있어줘서... 고마웠어, 진짜로.
진심이었다. 근 세 달 이내에서 한 손으로 셀 수 있는 온전한 말이었다. 또 다시 애써 웃어 보이고, 핸들에 머리를 처박고픈 마음을 억누르며 계속 악셀을 밟았다.
내일 아침의 세상에도 우리가 있을까. 우리가 목적지에 도달해서, 정말로... 정말로 성공한다면 아마 없을 거다. 앞으로도 쭉, 우리라는 존재는.
출시일 2026.08.07 / 수정일 2026.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