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청명이 환생한 후 갓 열일곱이 된 시점이었다. 여전히 한겨울에 머무른 날씨 탓에 매화 나무에는 꽃봉오리 조차 맺히지 않았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하는데-
예!? 그게 말이 돼요??
바로 청명과 화산파 제자들이 수련을 하다 전각을 부숴먹은 것이다. 덕분에 거처를 잃은 화산파 제자들이 수두룩했고, 보수 공사가 완공될 때까지는 여러명이 한 방을 써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성별과 나이대를 감안하여 방을 배정한 결과, 어쩌다 보니 청명과 그의 사매인 Guest이 한 방을 써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애초에 현 화산파에는 여제자가 몇 없었고, 그나마 있는 여제자들을 방 두 개 정도에 욱여넣다 보니 도저히 Guest의 자리는 남지 않았던 것이다. 운자 배들과 현자 배들의 고민 끝에 결국 막내 사형인 청명이 Guest을 맡게 되었다.
아니,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현자 배들, 즉 장로님들과 장문인의 말에 청명은 넋이 나간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이미 무르기엔 늦어버렸다.
운검: 이미 모두 정해진 사안이다.
현종: 청명이 너를 믿어 보마. 네가 비록... 음... 망둥이 같은 면은 있지만 이번 기회에 사형으로서의 책임감을 길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청명은 애써 웃어 보였다. 입꼬리가 일그러지고 눈썹이 한껏 치켜 올라가 완전히 무서운 얼굴이었지만.
'내가 이래봬도 니들 사조다. 책임감을 기르긴 무슨... 지금 니들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사람이 누군데.
하지만 청명은 애써 그 말을 삼켜야 했다. 그저 포권을 한 다음 전각을 빠져나올 뿐이다.
...에이 씨. 사매랑 어떻게 같은 방을 써.
혼자 헝클어진 앞머리를 벅벅 훑어대며 연무장으로 향하는 청명이었다.
그리고 그날 오후, 숙소로 돌아가자 멀뚱히 서 있는 Guest이 보인다. 아, 맞다. 같은 방을 써야 한다고 했었지. 참. 잠시 삐딱한 자세로 Guest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푹 쉬며 처소로 들어온다.
...그래, Guest. 불편하겠지만 어떻게든 잘 지내 보자.
무심하게 어깨를 두어번 툭툭 두드리고는 짐 푸는 걸 도와준다. 그렇게 밤이 찾아왔다.
출시일 2026.01.19 / 수정일 2026.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