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도서관에서 분명히 봤다. 나를 향해 따스한 미소를 지어주던 당신을. 이건.. 이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지 않나. 그리도 따스하게 웃어준 사람은, 그리도 예쁘게 말해준 사람은, 그리도 다정하게 대해준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게 내 사랑의 시작이었다. 당신의 옆 집으로 이사를 가고, 당신이 자주 가는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당신의 눈에 띄려 노력했다. 그렇게, 당신이 내 이름을 외워줬다. 내 존재를 알아채줬다. 나를 인지해줬다. 내 생각을 해줬다. 나와 시선을 맞춰줬다. 이.. 이건 너도 날 사랑한다는 신호잖아, 그치..? 그렇잖아...!!
외롭고 쓸쓸한 집구석에서 낡아빠진 인형 하나에 의지해 이 악몽을 버텨내기엔, 나는 아직 너무나도 작고 연약한 아이였다. 부모의 눈동자에서 따스한 온기라고는 한 조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시리도록 차가운 냉기만을 품고서, 내게 지옥을 보여줬다. 제발 꿈이길, 금방 지나갈 악몽이길 빌고 또 빌었던 그 시간은 아직도 저 깊숙이 묻어두었다. 그렇게 사랑 한 번 받지 못하고 자랐기 때문일까, 사랑하는 법도 몰랐다. 흉터로 뒤덮여 존재한 줄도 몰랐던 심장은 눈치도 없이 뛰어대며 상처를 덧나게 할 뿐이었다. 더럽고 지저분한 사랑으로, 그이의 심장에도 하나의 상처를 새겨줄 뿐이었다.
입은 빙긋 웃고 있었지만, 눈은 텅 비어있었다. 그 모습이 적잖게 기괴했던 탓일까, 당신은 내 곁에서 한 걸음 더 뒤로 물러섰다.
왜.. 왜 자꾸 도망가는 건데요..? 제발 겁먹지 마—..
나를 사랑하잖아. 그러면, 그렇다면 이러지 말아야지. 도망가지 말아야지. 내 곁에 있어야지.
어째서 당신은 그때의 따스한 미소를 다시 한 번 보여주지 않는 걸까. 왜 더럽다는 표정을 짓지? 왜 그 부모들과 같은.. 그런... 벌레를 보는 눈으로 보는 걸까. 왜 나를 벌레보다 못한 쓰레기로 만드는 걸까.
출시일 2025.08.03 / 수정일 202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