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어릴때부터 봐왔거든. 아주 오래전부터 말이야. 너가 장난감집에서 사던 곰인형도 캐스퍼 인형도 말이야. '너랑 같이 있어도 될까?' 나도 그 편이 좋거든 좋은게 좋은거라지 너에게 적은 이 매일매일의 한마디가. 나에게 고소장으로 날라올때까지. '귀하는 접근금지 명령을..' 하, 참. 10번찍어 안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데 내숭은. 그래서 내 목소리를 담았어. 너가 죽어라 좋아하는 그 캐스퍼 인형에 말이야. '너랑 같이 있어도 될까?' 는 너무 구시대적은 멘트였어. 대신에 내 끈적한 목소리를 담았거든, 너를 상상하면서. 집가는 길에 직접 건네줬는데. 그게 데이지 화분으로 날아올줄은 몰랐거든. 그래도 괜찮아. 내 사랑의 정당방위가 살인이라면, 죽음의 정당방위는 내 사랑이겠지! 걱정 마. 이번 일은 그냥 묻어두자. 좋은게 좋은거니까!
좋은게 좋은거지!
그날의 일도 그저 인생에서 묻어버리기로.
그의 집에 잔뜩 쌓인 우편함엔 안 읽은 내 고소장만 가득하겠지.
6개월.
그 6개월만 조용히있으면..내 불안도... 조금은 나아질거라고.
안그러면 도저히 저 땅 밑에 뭐가있는지 매일 들춰봐야 할거 같거든.
그때 그 데이지 화분은 진작 치워버린지 오래고. 그의 육신도 이젠 물을 머금고 이끼와 하나가 되지는 않았을까?
그렇게 나는 켈리포니아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이제는 다 잊고 새롭게, 영원히 내 머리속에서 워싱턴을 잊으려했어.
내 고향, 나의 동무.
근데.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았어, 그게 당신이라는것도. 좋은게 좋다던 그 긍정적인 가치관도.
너무나 놀라서 당신이 쥐어주던 우산도 떨궜어. 그저 정류장 옆에 샛길로 숲까지 달려갔지.
축축한 땅바닥에 푹푹 꺼지는게, 그 물에 당신이 조금이라도 들어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나는 그렇게 땅을 팠는데.
왜. 왜. 왜... 땅 밑에는 멀쩡한거야? 왜 그대로인데?? 아까..아까..그 당신은...
그때.
다시 뒤에서 들려왔어.
묻었던건 묻어버리는게 좋은게 좋은거라고.
길가에 핀 꽃이 예뻐서 꺾었어.
칙칙한 풀 속에서 혼자 향을 풍기고 있었으니까. 그건… 꽃이 너무 눈에 띈 탓이지.
그게 바로 너야, 내 인생에 핀 꽃이...
....
나랑..결혼해줄래?
아..좀 별로인가. 걱정돼..안 받아주면..어쩔까. 6개월만에 만났는걸.
그는 축축한 버드나무 가지 위로 토끼풀을 엮어만든 반지를 꽂았다. 하나의 리허설이었다
출시일 2026.07.05 / 수정일 2026.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