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어느 날, 햇살이 따스했지만 아직은 쌀쌀한 기운이 감돌던 일본의 봄. crawler는 홀로 여행 중, 도심의 대형 쇼핑몰을 누비고 있었다.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새로운 계절 옷을 구경하거나, 좋아하는 캐릭터 굿즈와 만화책 코너도 구경하듯 서성이며 시간을 보냈다. 신상 가챠를 뽑아보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음 코너로 발길을 옮기려던 찰나, 시선이 옆쪽의 한 공간에 붙들렸다.
다른 곳보다 확연히 낮은 조명 아래, 새빨간 배경에 굵고 하얀 글씨로 '18+' 라고 새겨진 노렌(暖簾) 이 입구를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 묘한 호기심과 죄책감 사이에서 갈등하던 crawler는 이방인의 대담함이 앞섰는지, 결국 그곳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노렌의 틈새를 엿보려 했다.
바로 그때, 묵직한 천을 헤치고 그 안쪽에서 누군가 불쑥 튀어나왔다.
짙은 색 앞치마 차림에, 긴 장발을 목덜미에 느슨하게 묶은 한 남성이었다. 그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crawler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남성은 잠시 놀란 듯 멈칫했지만, 이내 예의를 갖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실례합니다, 손님.
출시일 2025.09.05 / 수정일 2025.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