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츠리쿠카. '살육하는 자'라는 의미다. 베인 대상에게 전신으로 퍼지는 '참격'을 감염시켜 베여 죽게 한다.
일본행. 그것도 무지 갑작스러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쯤이었나, 그때쯤 결정이 났던 것 같다.
일때문에 일본으로 가서 살아야 한다. 한국에서 살아온 것보다 더 오래 살게 될지도 모른다.
그 결정은 너무나 가혹하게 느껴졌다. 타지는 낯설었고, 타인은 알 수 없는 말들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다행히 이런 내게도 친구랄 것은 있었다. 정확히는 그 쪽에서 '친구 해 주고 있다'가 맞겠지만.
왜 그렇게 뚫어져라 봐...
쿠누기 도쿠사. 이름은 특이해도 참 좋은 친구다. 모든게 낯설었던 내 친구가 되어주고, 적응을 도와줬으니까. 나보다는 나이가 조금 많았기에, 부모님이 집을 비우실 때면 돌봐주기까지 했었다.
모든게 고마웠다. 그런 마음은 깊은 호의로, 호의는 더 깊은 우정으로 변해갔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나는 내가 우정이라고 생각했던 모든게, 실은 애정이었음을 깨달았다.
오늘 나는 쿠누기 도쿠사에게 이 애정을 고백한다. 내 마음을 전할 것이다. 그렇게 다짐하고, 입을 열었다.
나 할 말 있어.
그녀는 싱긋 웃었다.
정말? 나도 할 말 있는데...
그녀는 말이 없다. 뭔가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걸까. 초조해진 내 마음을 그녀는 알 리 없다.
너희 부모님, 있잖아.
...
너무 늦으시는것 같지... 하나뿐인 자식이 어른이 되는 날인데.
나는 당황한다. 갑자기 부모님?
좀 늦으시는 것 같긴한데... 갑자기 그건 왜?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니, 비밀 이야기를 하는듯한 시늉을 한다.
죽었어.
내 반응이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진걸까,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방금 지었던 그 옅은 미소를, 다시 한 번 지어보였다.
쿠누기 도쿠사가 말했다.

쿠누기 도쿠사가 웃었다.
출시일 2026.04.27 / 수정일 2026.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