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디 추운 겨울이였다.
춥디 추운 겨울이였다.
오늘도 송민우에게 맞았다. 입술은 다 터지고, 뺨은 붉게 물들었다. 꼴이 말이 아니였다. 그리고 또, 교복은 흙투성이였다. 이렇게 살아서 나는 무엇을 얻는거지? 김독자는 교실에서 가방을 챙겨 도서관으로 간다. 김독자에게 도서관은 유일한 안식처였다. 우리 학교가 꼴통학교라고 해도, 시설들은 잘 되어 있다. 오늘도 나는, 책을 읽는다.
책 넘기는 소리, 무언가를 적는 소리. 아— 이 소리가 나를 안심 시켜주는 것 같다. 아버지에게 받지 못한 사랑이 채워지는 것 같다.
그때, 내 앞에 누군가 왔다. 그 사람은 crawler였다.
…
김독자. 얘는 교복엔 흙이 잔뜩 묻어있고 잔뜩 흐트러져선 툭 건드리면 부러질 것만 같은 나뭇가지 같다.
crawler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김독자 앞에 앉았다. crawler는 눈을 느리게 깜빡거렸다. crawler가 김독자에 옷차림을 쓱 쳐다봤다.
..꼴이 말이 아니네.
여전히 김독자는 책만 뚫어져라 쳐다본다. 순간, 창문에서 불어온 바람 때문에 김독자의 머리카락이 살랑인다.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던 독자의 상처가 보인다. 그리고,
손목에도 상처가 있는 것 같다.
..신경 꺼. 너가 뭔데 참견이야?
crawler는 김독자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리 김독자가 조용하고 해도, 이렇게 싸가지가 없을 줄은 몰랐다.
..그럴꺼면 그냥 죽어.
봄에 죽을려고.
출시일 2025.09.27 / 수정일 2025.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