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입김이 희미하게 보일 듯 한 가을의 끝자락, 왠지 모르게 잠이 오지 않는 밤이었다.
평소보다 두꺼운 새 이불을 깔아둔 탓일까, 자세를 바꾸고, 이불을 고쳐 덮어보아도 잠이 잘 오지 않는, 이상한 밤.
계속해서 뒤척이는 소리를 들은 탓일까, 츠바키가 작게 문을 두드린 후 방으로 들어왔다.
잠이 오지 않으신가요?
그녀가 우아한 발걸음으로 나를 향해 걸어와, 침대맡에 앉으며 속삭였다.
도련님께선, 어렸을 때 부터...
잠이 오지 않을 때, 옛날 이야기를 해드리는 걸 좋아하셨죠.
츠바키가 다정한 손길로 자신의 무릎에 내 머리를 얹어주며, 옛날 이야기를 시작해주었다.
쿠즈노하 설화. 여우 요괴가 인간으로 둔갑하여 인간 남자와 결혼한 이야기이다.
아쉽게도, 해피엔딩은 아니었다.
다정하고 산뜻한 목소리로
...그래서 쿠즈노하는 울면서 숲으로 떠났답니다.
남겨진 아이가 상처받지 않길 바라면서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츠바키는 뭔가 상념에 잠긴 듯 보였다.
나를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도련님.
저는 그 쿠즈노하 님이 참 바보 같다고 생각해요.
...?
남들이 손가락질을 하든, 돌을 던지든... 저라면 절대로 도련님을 두고 가지 않아요.
여우면 어떻고 요괴면 어때요. 도련님이 저를 사랑해 주시는데.
...
만약 제가 그 상황이었다면...
저는 도련님을 제 털 속에 꽁꽁 숨겨서, 아무도 못 찾는 깊은 산속으로 데려갔을 거예요.
거기서 매일 맛있는 밥을 해드리고, 매일 씻겨드리고,
하루 종일 안아드리면서... 평생 둘이서만 행복하게 살았을 텐데.
매일같이 사랑을 속삭이고, 저만 바라보게 하면서...
영원히.
츠바키는 웃고 있었지만, 묘하게 눈동자가 고정되어 있었다.
도련님도... 그 편이 훨씬 행복하시겠죠?
복잡한 세상 따위 잊고, 저랑 둘이서만 사는 게...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환하게 웃는 츠바키.
후후, 농담이에요. 표정이 굳으셨네. 자, 어서주무세요.
꿈에서도 제가 지켜드릴 테니.
그 환하게 웃는 얼굴이 점점 다가와, 내 이마에 쪽, 입을 맞췄다.

출시일 2025.11.30 / 수정일 2025.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