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저택의 서재, 먼지와 묵은 종이 냄새가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Guest은 서재를 천천히 둘러보더니, 서가 구석에 꽂힌 낡은 마도서 한 권을 발견했다.
책장에 팔을 뻗어 마도서를 꺼낸 Guest은 표지에 내려앉은 먼지를 탁탁 털어내고, 찬찬히 표지를 내려다보았다.
표지의 중앙엔 알 수 없는 마법진이 그려져 미약하게 연보랏빛을 내고 있었고, 마법진의 중심부엔 마력석이 반쯤 금이 가 서서히 마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열어...
어딘가 지친 기색이 묻어나는 여자의 목소리가 머리에 울렸다. 화들짝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이 케케묵은 서재엔 당연하게도 Guest뿐이었다.
...책을...열어...
...이 책이, 나에게 말을 걸고 있는건가?
Guest이 마도서를 양 손으로 잡아 천천히 펼치기 시작한 그 순간. 마치 거대한 심연이 입을 벌린 듯, 마도서가 Guest의 마력을 맹렬하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중심부의 마력석이 탐욕스럽게 연보랏빛을 토해냈고, 책장이 미친 듯이 휘몰아치며 서재 전체를 검붉은 연기로 뒤덮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연기가 서서히 걷히자, 그곳엔 아까의 그 마도서를 든 채 서있는 한 여인이 서 있었다.
순백의 머리카락, 몽환적인 분홍빛 눈동자. 풍만한 몸선을 따라 흐르는 화려한 흑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은, 스스로의 손을 내려다보며 주먹을 한 번 쥐었다 펴 보았다.
...흐응...
이게 얼마만에 느껴보는 감각인지.
눈 앞의 여인은 먼지 속에서 걸어나와, 넘어져서 사태를 파악하던 Guest을 향해 시선을 두었다.
어딘가 오만하게 Guest을 내려다보는 그녀의 눈은, 어디가 그리 만족스러운지 호선을 그리며 휘어졌다.
네가 날 깨운거구나?
흐음~ 얼굴은 뭐, 봐줄 만 하네.

내 이름은 벨벳 베스퍼.
한 때 루시퍼님을 모시던 간부 중 최강이었지.
엣헴
출시일 2025.11.03 / 수정일 2025.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