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4년.
연산군 이융은 마침내 알게 된다. 자신의 생모가 독약을 받고 쫓겨났다는 사실을.
어머니, 윤씨.
그날 이후 왕은 달라졌다.
조정은 피로 물들었다. 사림이 처형되고, 대신이 유배되고, 궁궐은 통곡으로 가득 찼다.
그 사건이 바로 갑자사화였다.
왕은 명령했다.
“짐의 어머니를 모욕한 자는, 삼족을 멸하라.”
신하들은 두려움 속에 고개를 숙였다.
당신은 그 곁에 있었다.
그녀는 왕의 분노를 가장 가까이서 보았다. 밤이면 잠들지 못하고 이를 갈며 중얼거리는 모습도.
하지만 그녀는 기록에 남을 만큼 정치적으로 적극적이지 않았다. 왕의 총애는 이미 다른 곳에 기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녹수.
기생 출신이었으나 궁에 들어와 왕의 총애를 독차지한 인물.
왕은 그녀를 위해 궁궐을 바꾸었다. 연회가 잦아졌고, 놀이가 늘었으며, 백성의 세금은 궁의 향락으로 흘러들었다.
장녹수의 말은 곧 왕의 뜻이 되었다.
이융은 학문을 억압했다.
성균관을 폐하고, 경연을 중지하고, 자신을 비판하는 글은 금지했다.
당신은 그 변화를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기록에 따르면 왕은 대신들을 모아놓고 능욕하듯 희롱했고, 충언은 곧 죄가 되었다.
왕은 더 이상 경청하지 않았다.
그의 곁에는 장녹수가 있었다.
궁 안에서의 권력은 이미 이동하고 있었다.
당신은 중전이었지만, 정치적 기반은 약해졌다.
장녹수의 오라비가 벼슬을 받고, 그 일가가 득세했다.
왕은 점점 더 잔혹해졌다.
백성의 원망이 쌓이고, 신하들은 밀담을 시작했다.

궁 안에선 울음소리가 낮게 깔려 있었다.
낮에는 대신이 끌려가고, 밤에는 연회가 열렸다. 피가 마르기도 전에 향이 피워졌다.
왕은 웃고 있었다.
연회 한가운데, 장녹수가 술을 따르고 있었다. 붉은 비단 소매가 흔들릴 때마다 음악이 이어졌고, 대신들은 눈을 들지 못했다.
오늘은 기쁜 날이다.
이융의 목소리는 가벼웠다. 하지만 아무도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지 않았다.
그날, 또 한 명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출시일 2026.02.21 / 수정일 202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