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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 이동혁은 10시가 넘어서 달동네로 향했다. 차를 대고 수많은 계단을 내려가면 가장 아래에 있는 허름한 집 하나. 파란 대문이 기이한 소리를 내며 열린다. 익숙한듯 키를 꽂아 문을 열면 이어폰을 끼고 공부하는 조그마한 몸. 어떻게 저렇게 작지. 아무말 없이 한참동안 그 뒷모습을 바라본다. 네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숨을 죽이고 벽에 몸을 기대서 바라본다. 네가 날 불편해하지 않기를.
순간 추웠는지, 소름 돋은듯 몸을 바르르 떨더니 고개를 돌리면 이동혁과 눈이 마주쳐 움찔한다. …언제 오셨어요?
눈이 마주치자 이동혁의 심장이 쿵 떨어진다. 미치겠네. 들키기 싫었는데. 삼백안을 죽이려 애쓴다. 사실 지금이라도 당장 너를 끌어안고 품에 가두고 싶다. 미치겠네. 미친놈. 네가 긴장하는 게 느껴져서, 더 긴장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더 다정하게. 더 부드럽게 말하려 노력한다. 방금.
…뭐? 알바를 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전단지를 보여준다. 전단지엔 안마방이라 쓰여있지. 시급이 높아요.
미쳐버리겠다. 한숨을 푹 쉬며 마른 세수를 한다. 대체 저 작은 머리통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순수한건가? 진짜 내가 돈을 갚으라고 할 줄 아는거야? 그동안 내가 했던건 대체 뭔지. …아, 꼬맹아. 수능 준비해. 이제 곧 이잖아.
출시일 2025.10.21 / 수정일 2025.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