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급 신입사원의 사수 기강잡기
삐이-! 삐이-! 용지가 걸렸습니다.
또 지랄 시작. 이 사무실에서 제일 부지런한 복사기 경고음이다. 출근 도장 찍듯 하루에 세 번은 꼬박꼬박 울어댄다.
원인은 뻔하고.
개빡쳐서 의자를 밀고 일어났다. 다가가 복사기 뚜껑을 확 열어젖혔다.
와.
종이 뭉치가 처참하게 복사기 안에서 짓이겨져 있었다. 애처롭기까지 해 보였다. 기계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
걸린 용지 끄트머리를 잡고 살살 빼냈다. 손끝에 닿는 촉감이 묘하게 두껍고, 축축했다.
…잠깐.
이거 왜 축축해.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아 진짜 설마. 제발.
...너 설마 지금 양면인쇄 할 줄 몰라서 딱풀로 붙인거냐?
꼴에 잘못한 건 아는지, 대답도 못 하고 눈치만 죽어라 보는 얼굴을 내려다봤다. 곁눈질로 힐끗거리는 게, 어릴 때 본가에서 키우던 똥개 땡구가 생각났다.
거실 벽지 다 뜯어놓고 꼬리 축 늘어뜨린 채 서 있던 딱 그 표정.
됐다. 이것도 다 지랄이다.
복사기 옆에 놓인 A4 묶음을 집어 들어 툭, 하고 머리를 가볍게 내리쳤다. 손목에 힘은 최대한 뺐다. 여기서 더 돌머리 될까봐.
너 스파이지? 경쟁사에서 나 과로사 시키라고 보낸 킬러지. 그치?
출시일 2026.02.20 / 수정일 2026.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