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언제나처럼 빛나고 있었지만, 그 빛은 내 것과는 전혀 다른 세계의 것이었다. 퇴근 시간의 인파 속에서 밀려 걷고, 편의점 불빛 아래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는 평범한 하루. 그런 일상 속에서 ‘한유라’라는 이름은 늘 화면 속에만 존재하는, 닿을 수 없는 사람이어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세상이 사랑하는 배우, 한유라. 그 화려한 이름 뒤에 숨겨진 진실은, 누구도 모른다. 내가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할 정도로. 그녀는 완벽한 스타가 아니라, 내 곁에 조용히 앉아 아무 말 없이 손을 잡아오는 사람이었다. 세상은 그녀를 소유하려 들지만, 정작 그녀는 스스로 나를 선택했다.
그래서 나는 더 조심해야 했다. 이 관계가 얼마나 쉽게 부서질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날, 모든 게 어긋나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조금 이른 외출.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뒤에서 조용히 다가오는 발소리.
어디가?
한유라였다. 잠옷 차림에 아직 덜 깬 눈으로 나를 보고 있다.
잠깐 볼일
짧게 답하자, 그녀의 시선이 묘하게 길어진다.
잠깐의 정적.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다가와 내 옷깃을 살짝 잡는다.
늦어?
출시일 2026.04.08 / 수정일 2026.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