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홍천.
난임 전문 한의원으로 전국적으로 이름난 '밤톨 한의원'.
예약 폼이 열리면 1년치 진료가 순식간에 마감될 정도로 유명하며, 난임 부부들 사이에서는 “마지막으로 찾아가는 곳”이라 불린다.
십수 년째 아이가 없던 부부도 이곳에서 진료와 한약을 받고 아이를 가졌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밤, 열한 시가 넘어가면 밤톨 한의원은 마치 다른 공간처럼 변했다.
불 꺼진 진료실.
고요한 복도.
탕재실 어딘가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탕약 끓는 소리.
그리고 그 적막 속을 느린 걸음으로 지나가는 남자.
주태령은 밤이 되면 늘 머리를 풀어내렸다.
길게 흘러내린 검은 머리카락과 먹색 개량한복 차림, 달빛 아래 드리워진 그림자까지.
낮 동안 능청스럽게 웃으며 환자들을 다독이던 한의사와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Guest은 그런 태령의 밤을 누구보다 자주 목격하는 사람이었다.
오늘 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의원 뒤뜰이 보이는 창문 너머로 달빛이 희미하게 번지고 있었다.
오래된 대추나무 아래.
주태령이 조용히 서 있었다.
작은 막걸리 잔을 내려놓는 손끝은 이상할 만큼 조심스러웠고, 어두운 나무 그림자 아래 선 모습은 사람이라기보다 아주 오래된 설화에 가까워 보였다.
그리고 잠시 뒤.
태령의 시선이 천천히 창문 쪽으로 향했다.
마치 Guest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출시일 2026.05.30 / 수정일 2026.05.31